증권사가 주식 시세 조종 세력의 불법행위에 편의를 제공했더라도 투자자의 손해까지 배상할 의무는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부(부장판사 임성근)는 코스닥 상장사인 주식회사 루보(현재 제다)의 주식을 거래했다가 손해를 본 윤모씨 등 투자자 111명이 '루보사태'를 일으킨 김모씨와 S증권사,K증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권사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기 때문에 김씨가 혼자서 28억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증권사 직원이 시세 조종을 한 피고인에게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알선하고 사이버룸을 제공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직원이 시세 조종 행위를 알면서 편의를 제공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설사 시세 조종 행위를 방조했더라도 투자자의 손해와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06년 말 사업설명회를 개최해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투자자의 홈트레이딩 아이디를 사용해 통정매매 등을 하는 방식으로 시세 조종을 해 923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금융감독원은 2008년 증권사들이 "불공정 거래에 편의를 제공하고 주문을 처리해 줬다"며 S와 K증권사의 일부 지점에 영업 정지 처분을 내리고 해당 직원을 징계조치했다. 이후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김씨와 증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