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관련 파생금융상품에 투자했다가 수조원대의 손실을 본 사건에 대해 검찰이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31일 우리금융지주가 우리은행 단장직을 지낸 H씨 등 2명이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채담보부증권(CDO) 및 신용부도스와프(CDS) 투자를 기획했다가 1조5000억원의 손실을 낸 혐의(배임)로 이들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CDO는 회사채나 대출채권 등 부채를 담보로 발행하는 유동화증권이며 CDS는 부도의 위험만 따로 분리해 설계된 파생상품으로 2000년대 중반 큰 인기를 끌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가 불거지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원인 중 하나로 지목받았다.

우리은행은 2005~2007년 CDO와 CDS에 각각 61건 10억7000만달러와 13건 4억8000만달러를 투자했다가 이 중 12억5000만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1조5000억원)의 큰 손실을 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H씨 등이 고위험 파생상품인 CDO와 CDS 관련 투자에서 적절한 위험 관리규정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장치를 갖추지 않아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이들의 책임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측은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황 전 회장은 "당시 사업단이 CDO와 CDS에 투자를 집행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는 작년 9월 황 전 회장에게 이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물어 직무정지 징계를 내린 바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