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민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경기가 좋아지고 은행들은 보너스 잔치까지 한다는데 정작 자신들은 일할 곳조차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선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80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분노가 서린 표정으로 대형 은행들을 꾸짖으며 국민의 아픔을 달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오래갈 수 없습니다. 월가를 공격하고,은행에 세금을 부과하고,투자은행 업무를 금지시키겠다고 거듭 다짐하는 대통령의 통쾌함만 있을 뿐 실익이 없다는 사실에 눈 뜰 때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될 것입니다.

미국은 해외로 눈을 돌릴 것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무역흑자국들을 노려볼 것입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수출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가 벌써부터 힘을 얻어가고 있습니다. 통상 압박이 거세지고 중국은 히스테리컬한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G2(미국과 중국)리스크는 이제 시작입니다. 지금까지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이 '별개 사안'으로 진행됐으나 앞으로는 충돌하면서 전 세계가 소용돌이칠 것입니다.

중국은 거품을 우려할 만큼 과열에 휩싸여 있습니다. 대출을 중단하고 금리를 올리는 등 연일 찬물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은 경기침체와 대량실업으로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미국과 중국의 온도차가 큰 만큼 충돌의 강도 역시 클 것입니다.

돌이켜보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을 때 주요국들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했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상황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도 미국처럼 돈을 풀고 재정을 대거 투입했습니다. '8% 성장은 마지노선'이라며 적극적인 내수경기 부양책을 쓴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짧은 시일에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줬지만 위기 이후 국면에서는 오히려 짐이 되고 있습니다.

출구전략 국제공조는 더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국의 경제상황이 너무 달라 발을 맞출 수가 없습니다. 이제는 각국의 정책 균열을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국제사회의 거대한 갈등이 어떤 우연적인 사건들을 통해 우리 앞에 나타날지 주의깊게 지켜봐야 합니다.

현승윤 금융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