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와 기아차 등 금속노조 산하 노동조합들이 이르면 다음 달 중 사측에 전임자 임금지급 보장을 요구하는 내용의 특별 단체협상 또는 보충교섭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재계는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내용의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시행된 이상 이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충돌이 예상된다.

29일 현대차 노조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 소속 155개 지부는 2월 중 각 회사에 특별단협과 보충교섭을 요청키로 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논의를 해봐야 하지만 상급노조 방침에 맞춰 늦어도 3월 중에는 보충교섭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노조가 갑작스럽게 특별단협을 요구하고 나선 것은 지난 27일 금속노조가 대의원 대회를 통해 "모든 교섭단위(지부,사업장)는 2월 중 특별 단체교섭과 보충교섭을 요구하라"는 지침안을 확정지었기 때문이다. 7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본격 시행에 앞서 전임자 임금을 보장하고 전임자 수를 현행 수준대로 유지하는 내용의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다.

금속노조 측은 "지난해 금속노조 산하 101개 사업장은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등 노조법이 개정될 경우 특별단협을 한다'는 내용에 합의했으며,나머지 54개 사업장도 보충교섭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단협에 명시돼 있다"며 "기존 단협 기간과 무관하게 단협을 요구하더라도 법 위반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3월 초 임시 대의원 대회를 열어 요구안을 확정하고,4월부터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교섭에 돌입하기로 했다. 교섭이 진척되지 않으면 5월 중 파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앞서 한국노총도 "상반기 중 기존 단협 기간이 마무리되는 노조는 전임자 임금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단협에 착수하라"는 지침을 각 산하 노조에 전달했으며,금속노조의 상급노조인 민주노총도 상반기 중 산하 노조로 하여금 사측에 특별 교섭을 요구토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양대 노총 산하 노조들의 상반기 중 단협 요구가 각 사업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재계는 노조의 단협 요구안이 현행 노조법을 무시하는 억지 요구라며 반발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1월1일 시행된 노조법에는 노사가 전임자 임금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단협을 체결할 수 없도록 못박고 있다"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면 사측이 부당노동행위로 처벌받게 되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부 관계자도 "노사가 전임자 임금지급을 보장하는 내용의 단협을 체결하더라도 7월1일부터는 단협이 무효화되고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금지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