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매물에 기관 저가매수 빛 바래
기관이 외국인 매물 공세에 맞서 저가 매수에 나섰지만 주가를 방어하지는 못했다. 코스피지수는 나흘째 떨어지며 60일과 120일 이동평균선이 모두 무너져 추가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단기 급락으로 가격 매력이 커져 1600대에선 반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멈추지 않는 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내 증시 PER 10배 아래로 떨어져

27일 코스피지수는 기술적 반등 기대로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외국인이 4400억원 이상을 순매도한 부담을 이기지 못해 11.86포인트(0.72%) 내린 1625.48에 장을 마쳤다. 이는 지난해 12월4일(1624.76) 이후 약 2개월 만의 최저치다.

'G2(미국 중국) 리스크' 불확실성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과 낙폭 과대 우량주를 사려는 저가 매수세가 공방을 벌이며 지수는 엎치락뒤치락하다 끝내 약세로 밀렸다.

투신권을 비롯한 기관이 9거래일 만에 '사자'로 돌아서 2634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소화하려 애썼지만 역부족이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기관이 올 들어 많이 산 KT SK텔레콤 등 통신주를 비롯한 우량주를 수익률 관리를 위해 저가 매수했지만 외국인의 '팔자'를 이겨내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투신은 물론 증권 보험 연기금 등이 일제히 순매수에 나선 데는 국내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0배 아래로 떨어져 가격 매력이 생겼다는 판단이 배경으로 작용했다.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을 기준으로 한 국내 증시 PER는 이달 13일 9.9배를 기록한 뒤 약 2주 만에 다시 10배가 깨져 전날 9.7배로 떨어졌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PER 9.7배는 주가가 충분히 싼 수준"이라며 "나흘 동안 1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한 만큼 가격 매력을 바탕으로 1600대에서 반등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예상했다. 허연 크레디트스위스증권 상무는 "G2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문제인 것은 분명하지만 외국인이 올해 한국 증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도 확실하다"며 "추가 악재가 불거지지 않는다면 외국인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중심으로 매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급선 · 경기선 이탈해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수급선으로 불리는 60일(1637선) 이평선과 경기를 반영하는 120일(1632선) 이평선을 뚫고 내려오면서 추가 하락 우려가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 1년간 상승 추세를 보였던 국내 작년 4분기 경제성장률은 물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도 모멘텀이 둔화되기 시작했다"며 "지수가 추세선을 이탈하는 단기 조정은 경기 모멘텀 둔화기에 나타나는 대표적 현상이고,여기에 외부 악재까지 가세하면서 조정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19일의 1723이 상반기 고점일 가능성이 크다"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며 1500선까지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과정에서 통신 등 새로운 성장성이 뛰어난 업종이 주목받고,철강 화학 기계 등 중국 관련 업종은 고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경영/강지연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