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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can)'은 우리 생활 전반에 쓰이지만 평소에는 중요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물건이다. 작게는 휴대연료나 식품을 담는 용기에서 크게는 산업용 포장재 및 건축자재까지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 겉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각종 가전제품이나 자동차에도 쓰인다.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제품이 만들어지는 곳곳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원정제관㈜(대표 송성근 www.onejung.co.kr)은 포장산업의 최고봉이라 여겨지는 이 제관(製管)분야에서 국내업계 세 손가락 안에 꼽힌다. 워낙 기술력이 탁월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이곳 제품만 찾는 기업이 유독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얘기.

무엇보다 이 회사는 지난 30년간 꾸준한 기술 개발과 연구를 통해 단순 제조업으로 그칠 수 있는 제관산업을 고도화시켰을 뿐 아니라 그 용도와 기능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려 애써왔다. 산업포장재 사업부의 '세상의 모든 산업을 이어주는 제품과 기술을 제공한다'는 슬로건은 제관업무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을 엿보게 한다. '작지만 강한' 이 기업이 그동안 걸어온 차별화된 행보를 짚어봤다.

원정제관㈜에서는 내부적으로 결코 쓰면 안 되는 금기어 하나가 있다. 바로 '깡통'이다. 캔을 만드는 기업에서 아마도 제일 많이 쓰는 단어가 아닐까 싶은데 의외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깡통이 머리가 텅 빈 사람이나 가치가 떨어진 물건 등을 뜻하는 속어로 많이 쓰이는 만큼 업계의 위상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송성근 대표는 "비록 속어일 뿐이지만 우리 업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이런 작은 것 하나까지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업계의 위상을 높이는 가장 빠른 길은 종사자들부터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술이나 제품 등 눈에 보이는 결과물도 중요하지만 업무를 대하는 기본 마음가짐과 자세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업무의 본질에 충실하면 반드시 새로운 가치와 혁신을 얻을 수 있다는 송 대표의 이러한 신념은 원정제관㈜의 성공을 싹 틔운 밑거름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1979년 서울 영등포의 한 작고 허름한 공장에 첫 둥지를 텄다. 송 대표의 부친 송태진 회장이 검사와 관세공무원을 거쳐 기업경영인으로 변신하면서 설립한 회사다. 법학만 공부했던 송 회장이 사업가로 나서자 만류하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종합 캔 메이커'를 향한 고집스런 의욕을 꺾을 수는 없었다.

송 회장은 설립 초기부터 매출 등 숫자로 표시되는 정량적 지표보다 정성적 지표를 먼저 내세웠다. '고객 중심','열린 사고','가치 경영' 등 누구나 알지만 정석대로 실천하기 어려운 가치들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이는 자연히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끊임없는 제품 개선을 위한 추동력으로 작용했다.

기술력이 쌓이면서 제품군도 늘어갔다. 페인트나 부탄가스를 담는 금속 용기 제조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0.5ℓ에 불과한 산업용 최소형 캔에서부터 20ℓ 페일(pail)관까지,미세한 입자를 담는 에어로졸 압력용기부터 200ℓ 스틸 드럼까지,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제품을 생산해내고 있다. 페인트,자동차 윤활유,기초화학제,홈 실리콘,살충제,식용유 등 이 회사의 제품이 담아내지 못할 것은 거의 없을 정도.

18L의 적재성 개선 캔,이지 오픈 · 클로즈 캔,에어로졸 분사 잠금 해제 장치,온도 표시 기능을 가진 부탄가스 캔 등의 혁신 기술에 대해 특허 및 실용신안 등록을 마쳤다. 또 KS마크,ISO 9001(품질경영인증) 등도 획득했다. 어느 새 거래처 리스트에도 KCC,SK,한국모빌코리아,대상식품,CJ,샘표,조광페인트 등의 걸출한 기업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KCC와는 2008년부터 정부지원 사업인 그린파트너십 사업(에너지 및 자원순환기술 개발보급사업)의 일환으로 협력관계도 맺고 있다.

'메가원','메가2000','에이스' 등의 이름을 붙인 휴대용 부탄가스는 해외에서도 호평이 이어졌다.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JIA인증,미국 UL,유럽 TUV,대만 CNS,홍콩 EMSD 등 각종 해외 인증을 받았고 현재는 세계 50여 국에 수출되고 있는 상황. 동종업계에서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리더'다.

2005년 1000만불 수출탑을 달성한 이 회사는 해외 수출에 더욱 집중함으로써 2008년에는 2000만불을 뛰어넘는 비약적인 수출 실적을 달성했다. 또한 동종업계 최초로 일본 바이어 기업인 동경담배상사를 직접 인수해 ㈜TTS라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전 직원을 일본 현지인으로 구성하고 경영 일체를 위임함으로써 현지화를 극대화함과 동시에 일본 선진 경영기법 적용에도 힘쓰고 있다.

원정제관㈜은 현재 산업포장재 사업부,생활용품 사업부의 두 가지 세부업무를 꾸려가고 있다. 울산 · 전주 · 안산에 각 1개씩의 공장을 두고 있으며,계열사로 국내에 스포츠 관련 산업체인 ㈜원정스파박스,생활용품 전문 유통회사인 한국에어졸과 기계 설비 제작 및 기술서비스 용역 회사인 TTS ENG㈜를 두고 있다. 해외에도 일본 자회사를 비롯해 러시아와 미국 판매법인,베트남,인도,인도네시아에 각각 영업사무소를 두고 있다.

원정제관㈜의 기술력은 제품의 질적 향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 시스템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 또한 아낌없이 이뤄지고 있다. 라인 자동 제어시스템인 인터락 시스템 개발,초음파 진단 검사에 의한 이상 징후 실시간 모니터링,원가 절감을 위한 부품 소재 국산화 등은 생산성 향상과 경영실적 개선이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2006년 2세 경영인인 송성근 대표가 취임하면서부터는 인재 양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E-Learning'이다. 이 회사는 현재 중장기 계획에 따라 전 직원을 직급별,단계별로 나눠 E-Learning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비 직무관련 분야에 대한 학습도 병행해 2006년 한 해 직원들이 수강한 E-Learning 과정은 무려 259개에 이른다. E-Learning 튜터의 평가는 그대로 인사고과에 반영시켜 직원들의 학습열을 높이고 있다.

원정제관㈜의 2012년 매출 목표는 2500억원. 사업비전은 부별로 따로 정했다. 산업포장재 사업부는 '가격 견적ㆍ입찰에서 면제되는 회사,고객 불만 대책서가 존재하지 않는 회사를 만들자',또 생활용품 사업부는 '전 세계 15% 가정에서 사용되는 생활용품 기업이 된다'가 그것. 산업포장재 분야에서는 사업다각화도 꾀하고 있다. 그동안의 기술력과 개발력을 동원해 새로운 패키징 솔루션 산업을 창출할 계획이다.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직접 새로운 유통기반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또 세계 경제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도 준비 중이다. 궁극적으로는 하이엔드 제품과 로우엔드 제품,선진국과 개발도상국,선진유통과 전통유통을 넘나드는 생명력 강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게 이 회사의 비장한 각오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

"직원 '氣' 살려 회사 성장 일궜죠"
인터뷰/ 송성근 대표
'SMILY제도' 등 복지 정책 풍성

"우리 회사가 지금의 위치로 올라선 원동력은 전적으로 직원들의 힘입니다. 그들이 성장의 원천이고 바탕이죠."

원정제관㈜ 송성근 대표의 '직원 사랑'은 유독 남다른 데가 있다. 어느 자리에서건 그에게는 직원이 우선이다. 주요 바이어를 만나는 해외 전시회에도 한두 명만 참가하는 타 회사와 달리,이 회사에서는 핵심부서원 수십 명이 대표와 동행한다. 또 현장에서는 말단 직원이라도 설비 투자 기획을 직접 제안할 수 있다.

"중소기업일수록 현장의 의견을 잘 받아들여야 회사가 발전한다"는 송 대표의 소신 때문이다. 회사의 실적과 손익 등 중요한 경영 정보도 전 직원에게 고스란히 노출시킨다. 아예 이 정보를 공유하는 팀원협의체도 따로 있다.

송 대표는 이를 '직원 氣(기) 살리기'라고 했다. 그는 "회사의 성과가 직원 개개인의 성과와 동일하도록 만드는 것은 아주 중요한 경영 원칙"이라며 "직원들은 그만큼 책임의식이 강해지고 실적 개선의 뿌듯함을 느껴 궁극적으로 회사에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는 동력이 된다"고 말했다. 덕분에 'SMILY(스마일리·Smile과 Family의 합성어)제도'라는 독특한 기업문화도 생겼다.

쾌적하고 안전한 근무환경을 만들기 위해 팀 별로 화분을 키우게 하고,1년 동안 녹색공간을 잘 조성한 부서에는 포상금도 준다. 창의적 문화를 만들기 위한 '캐주얼 착용 데이',조직 내 원활한 소통을 겨냥한 '호프 데이(맥주 마시며 희망 이야기하기)'도 있다.

직원뿐 아니라 직원 가족까지 챙기는 복지제도 역시 눈길을 끈다. 출산 보조금제,한 달 한 번 의무적 휴가제,월 1회 가족 식사비용 제공 등이 그것이다. 올해부터는 매년 회사 경상이익의 일정 금액을 정립해 회사 임직원과 가족의 어려운 상황을 도와주고,장학금을 지급하는 '복지기금 제도'도 운영할 예정이다.

송 대표는 "회사가 단순한 노동의 집합소가 되는 것을 지양하기 위해 생활의 연장선에서 가족 같이 화목한 환경을 만들려 노력한다"고 말했다.

'2세 경영인'이라는 타이틀을 떼고 진정한 경영인으로 거듭나고 싶다는 송 대표. 그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와 중소기업청으로부터 '11월의 자랑스러운 중소기업인'으로 선정돼 바람을 이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