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인수 · 합병(M&A) 때 활용되는 '풋백옵션' 이행을 둘러싸고 1000억원대 소송이 제기돼 주목된다. 풋백옵션은 투자자가 일정 시점에 주식을 M&A 인수자에 되사줄 것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투자자들에게 안정적인 수익을 챙겨주지만 인수자 입장에서는 'M&A의 덫'이 되기도 한다.

사모펀드(PEF)인 티스톤의 자회사 게임홀딩스는 26일 네오위즈게임즈가 약속했던 풋백옵션 이행을 거부하고 있어 서울중앙지법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소송금액은 970억원으로 법정이자를 포함하면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의 발단은 2007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네오위즈게임즈는 당시 일본 마더스시장(신흥기업시장)에 상장된 온라인게임사 게임온을 인수하면서 재무적투자자(FI)로 티스톤을 끌어들였다. 네오위즈게임즈는 게임온 지분 34.27%(3만4072주)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티스톤은 25.89%(2만5740주)를 보유한 2대주주가 됐다. 주당 인수가격은 20만엔이었다.

인수 당시 티스톤 보유 지분 전량을 주당 30만2519엔에 되사주기로 하는 풋백옵션 계약을 맺은 것이 화근이 됐다. 풋백옵션 규모는 77억엔(약 970억원)에 달한다. 현재 게임온의 주가는 7만엔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네오위즈게임즈는 티스톤의 지분 전량을 이보다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되사들여야 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게다가 원 · 엔 환율이 인수 당시 100엔당 816원에서 현재 1290원대로 뛰면서 풋백옵션 부담이 엄청 커졌다. 이렇게 되자 네오위즈게임즈가 풋백옵션을 거부해 소송으로 비화된 것이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일본법상 대량 지분을 되사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 금융상품거래법상 일정 지분 이상을 대량 장외거래할 때 공개매수 방식을 통해야 한다는 제한이 있어 풋백옵션을 이행하기 어렵다"며 "소송 대응책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스톤 관계자는 "게임온 인수 당시 가격협상에서 큰 역할을 하고 경영권도 양보했는데 이제 와서 네오위즈 측이 계약서에 명시된 풋백옵션을 거부하고 있다"며 "일본 관련법을 감안하더라도 풋백옵션을 이행할 수 있는 예외적인 방법이 존재하지만 외면하고 있다"고 맞섰다.

한편 네오위즈게임즈는 이날 4.31% 하락하며 사흘째 급락했다. 풋백옵션 규모가 시장 예상치(643억원)를 크게 웃도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