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고강도 금융 규제안으로 인해 글로벌 금융주펀드 투자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내에서 판매된 글로벌 금융주펀드는 미 금융주 편입 비중이 낮은 데다 글로벌 금융사 전체적으로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5일 펀드평가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주펀드 수익률은 지난주 소폭 손실을 입으면서 연초 이후 0.82%, 최근 3개월 -4%대로 낮아졌다. 지난주 미 정부가 규제안을 발표한 후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금융사 주가가 3일간 8~10%씩 급락하며 수익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연구위원은 "지난해 금융주들이 꾸준히 올라 기술적 부담이 누적된 상태에서 실물경제 우려와 미 금융주 규제가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금융업체의 자기매매와 PEF(사모펀드)에 제동을 건 이번 규제안에 대해선 장기적으로는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크레디트스위스 분석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의 자기매매 부문은 매출의 10% 수준이며 JP모건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은 2% 정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경식 삼성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투자은행업을 영위하는 미 주요 상위 은행들의 영업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국내에 출시된 글로벌 금융주펀드 대부분은 미 금융주 편입 비중이 높지 않아 주가 하락률에 비해선 펀드수익률이 양호한 편이다. '삼성글로벌파이낸스서비스'펀드를 운용하는 이 펀드매니저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금융 규제안에 영향을 받는 미국 유럽업체 비중은 35% 미만"이라며 "나머지는 이머징국가와 아시아 선진국 업체여서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규제안의 실행 여부가 아직은 불확실한 데다 미 금융주를 제외하곤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손실을 본 펀드라면 환매를 자제할 것을 권했다. 글로벌 금융주펀드는 지난해 60% 정도 수익을 올렸지만 2년수익률은 여전히 마이너스 25%대에 머물고 있다.

서정두 한투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규제안이 실행됐을 경우에도 미 은행주에 미치는 영향이 차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위원 역시 "규제안이 현실화되더라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중장기적으로는 경기에 초점을 맞추고 금융주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금융주들의 실적개선 추세는 올해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펀드매니저는 "경기가 회복기에 접어드는 올해도 글로벌 금융주 실적은 호전될 것"이라며 "특히 정책금리가 상승하는 구간에서는 금융주들이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였다"고 주장했다. 서 본부장은 "펀드 내 대형 IB(투자은행)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실적개선의 수혜를 누릴 수 있는 미 지방은행이나 모기지보험 업체 등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며 "변동성보다는 장기적 실적개선에 주안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