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공모주 청약 시장이 시중 뭉칫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재부상하고 있다.

올해 공모시장에 몰려든 시중자금이 벌써 7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연초 증시 강세 속에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공모주의 매력이 높아진 결과다. 1월에만 공모기업이 13개나 몰려 있는 점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이고 있다.
2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상장을 위해 공모 청약을 실시한 8개 기업의 청약 증거금은 총 6조8376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주말 청약을 마친 한국지역난방공사에는 2조4880억원의 증거금이 몰려 공모주 시장의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이는 2007년 6월 청약을 실시한 삼성카드(5조956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공모가가 4만5000원(액면가 5000원)으로 회사 측 공모 희망가의 상단인 4만800원을 크게 웃돌았지만,상장 이후 주가 전망을 밝게 내다본 투자자들의 뭉칫돈이 대거 들어온 것이다.

지난해 최대어로 꼽혔던 SK C&C와 진로의 청약 증거금이 각각 1조1267억원,5541억원에 불과했던 것과는 눈에 띄게 달라진 분위기다.

올해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고점을 넘어설 정도로 강세를 보이면서 공모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은 데다 주가 단기 급등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인 공모시장에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원자력 발전 테마를 등에 업은 한전기술을 비롯해 최근 새내기주들의 주가가 대부분 공모가를 훨씬 웃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지역난방공사에 앞서 지난 18일 청약을 마감한 영흥철강엔 1조3272억원의 증거금이 몰렸고,올해 첫 청약을 받은 우노앤컴퍼니에도 1조원 가까운 자금이 쏠렸다. 에이치디시에스 우리넷 스타플렉스에도 평균 5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들어왔다.

이달에만 13개 기업이 공모주 청약에 나서는 등 공모 일정이 겹치고 있지만 투자 유망 분야를 찾는 시중자금이 풍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오 한국투자증권 기업공개(IPO)팀장은 "지난주 6개 기업이 집중적으로 청약을 실시했음에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 안정적인 투자처를 노리는 시중자금이 대거 대기 중"이라고 전했다. 이번 주에도 에스이티아이 차이나하오란 등 5개사의 공모주 청약이 몰려 있지만,시장에서 무난히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강현우/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