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서 졸업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회사에도 중기에 준하는 세제 혜택과 정책자금 지원을 해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중소기업 지정 기준을 넘어서면 각종 지원을 중단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유인할 수 없고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안 된다"며 "중소기업을 졸업한 후에도 각종 지원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안은 국가고용전략회의를 통해 관련 부처와 논의한 뒤 올 하반기께 확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는 중소기업을 상시근로자 수와 자본금 · 매출 등을 기준으로 지정하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원 미만', 건설 · 운수업은 '상시근로자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30억원 미만' 등의 기준을 충족해야 중소기업으로 인정받는다.

중소기업으로 인정받으면 각종 특혜를 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세 감면 혜택이다. 정부가 올해 첫 도입한 '연구 · 개발(R&D) 및 신성장동력 투자세액공제' 제도의 경우 일반기업은 투자비의 20%만 법인세에서 감면받지만 중소기업은 투자비의 30%를 공제받을 수 있다.

최저한세율(각종 공제 등으로 기업이 납부할 세금이 지나치게 줄어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소득에 매기는 최저 세율)도 중소기업은 이익의 7%지만 일반기업은 10~14%다. 아울러 신용보증기금 등 국책금융기관의 자금 지원,고용창출 시 보조금 지원,가업 승계 시 상속세 감면,국책사업 입찰 기회 확대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그러나 이 같은 혜택은 매출 · 자본금이 늘거나 고용 인원이 증가하는 등 중소기업 지정 기준을 넘어서는 순간 완전히 끊긴다. 이 때문에 상당수 중소기업은 자회사 설립,회사 분할 등으로 중소기업 졸업 시기를 인위적으로 늦추는 일이 적지 않다. 특히 근로자 수를 기준에 맞추기 위해 기존 고용 인원을 줄이거나 신규 채용을 꺼리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김영용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전체 고용의 88%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해야 일자리도 더 늘어날 수 있는데 지원을 받기 위해 인위적으로 성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이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현행 중소기업 지정 기준은 그대로 두되 중기 규모를 초과한 중견기업에 대해서도 중소기업에 버금가는 정책적 지원을 계속해 주는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있는 중견기업을 규모에 따라 2~3단계로 나눠 지원책을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갈 생각"이라며 "중소기업 졸업 이후에도 법인세 등 세금 부담이 단기간에 급격히 늘지 않도록 중견기업으로 가는 사다리를 만들어 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컨대 R&D투자세액 공제비율의 경우 중소기업 30%,일반기업 20%인 것을 중소기업 30%,중견기업 25%,그밖의 기업 20% 등으로 차등화하겠다는 것이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