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품 깎고 잘라 명품 시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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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꿀뜨르 공방 가보니
제품 완성까지 수만번 수작업
장인 혼 불어넣어 수천만원 호가
제품 완성까지 수만번 수작업
장인 혼 불어넣어 수천만원 호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달려 프랑스 접경지대인 쥐라산맥의 첫 고개를 넘자 발레드주 계곡이 펼쳐진다. 설경과 호수가 어우러져 아름다운 산세를 자랑하는 이곳에선 예거 르꿀뜨르(JLC),파텍 필립,오데마피게,바쉐론 콘스탄틴,브레게 등 시계 명가들이 태동했다. 18세기 초부터 눈이 쌓이면 꼼짝없이 갇혀 버린 마을 농부들이 겨울철 소일거리로 시계 금속부품을 만들기 시작해,지금도 '오를로제레'(horlogere · 시계장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정교하고 비싼 최고급 시계를 만들어 낸다.
발레드주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시계 공장은 작은 호수 마을인 르쌍띠에의 JLC 공장.창립자인 안토니 르꿀뜨르가 1833년 당시 최고 기술자들을 불러모아 허름한 창고에서 출발해 지금은 이 지역에서 가장 큰 2만4000㎡(약 7300평) 규모로 커졌다. 유일하게 '그랑데 메종'(큰 집)이란 별칭을 얻은 이 공장은 177년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000여종의 '무브먼트'(시계 동력장치)를 개발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미닛리피터'(시 · 분을 소리로 알려주는 장치)와 '투르비옹'(중력오차 방지장치)을 장착한 '하이 컴플리케이션'용이다.
전시실에 들어서면 △기네스북에 오른 세계 최소 무브먼트인 '캘리버101'(14×4.8×3.4㎜) △두께 1.46㎜인 초박형 무브먼트 △앞뒤로 회전하는 '리베르소' 캘리버 △스위스 국빈에게 선물로 제공되는 무동력 탁상시계 '애트머스' 등 시계사(史)에 한 획을 그은 명작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JLC 공장에선 1000여명의 종사자들이 시계의 'A부터 Z까지' 모든 제조 과정을 직접 작업한다. 나사,톱니바퀴 등 부품부터 무브먼트 조립,시계판 장식,케이스 제작까지 일일이 수작업이다. 이 중 250여명은 '오를로제레'들로,30~40년 이상 근속자가 수두룩하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1㎜ 미만의 작은 부품들을 깎고 자르고 씻은 뒤 현미경과 룩배(확대경)를 쓰고 결합하는 공정은 고도의 정교함과 집중력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에스텔 네그렐로 JLC PR매니저는 "작은 회전추를 만드는 데만 46가지 공정이 필요하다"며 "하나의 시계가 완성되기까지 수만 번의 손길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에선 매년 5만~6만개의 시계를 만든다. 가격은 최저 700만원대 '리베르소'부터 컬렉션용인 34억원짜리 3종세트 '히브리스 메카니카 55'까지 다양하다.
르쌍띠에(스위스)=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