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노조가 임금피크제 및 정년연장을 도입키로 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안을 조합원투표를 통해 가결시켰다. 공기업으로선 처음 임금피크제 실시가 확정된 것이어서 다른 공기업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한전은 오는 7월 이 제도의 시행에 들어가 1954년도 출생 직원부터 임금피크제를 선택할 경우 정년을 현행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2년 연장해준다고 한다. 임금피크제와 정년 연장을 연계해 시행하는 만큼 인건비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직원들의 노후생활 안정을 돕는 역할을 할 것이란 게 한전 노사의 기대다.

사실 정년연장의 필요성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다. 700만명을 상회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장년실업 문제가 큰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지만 퇴직후 생활은 막막하기 짝이 없는 게 현실이고 보면 어떻게든 사회 활동 기간을 늘려 주는 것은 정말 다급한 과제다. 정부가 평균 57세인 현행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노사정위원회가 '베이비붐 세대 고용대책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임은 물론이다. 일본의 경우는 이른바 단괴 세대(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를 앞두고 정년을 60세에서 단계적으로 65세까지 늘리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을 이끌어낼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실제 은행권과 일부 기업 등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는 사례가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우리 사회의 고령화 속도를 감안하면 앞으로 도입 기업이 더욱 확산(擴散)될 것 또한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공기업 임금피크제 도입에는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부분이 있다. 자칫 방만하기 짝이 없는 공기업 구조조정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거나, 심각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청년층의 취업 기회만 빼앗는 결과가 돼선 안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희망퇴직제 실시 등을 통해 신규고용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함은 물론 임금피크제가 인건비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철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안된다. 공기업 임금피크제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과 함께 시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