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삼천리그룹이 주식 1주를 매각한 사연이 화제다. 55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두터운 신뢰의 동업가 정신을 지키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이 알려져 시장과 재계에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삼천리 계열사인 삼탄은 지난 19일 계열사 간 지분 조정을 위해 갖고 있던 삼천리 주식 36만4693주(6.53%)를 정리하면서 이 회사를 공동으로 창업한 가문인 이만득 회장(55)과 유상덕 회장(52) 일가에 똑같이 절반씩 넘겼다. 그렇지만 1주가 남은 것이 문제였다. 삼탄은 이 회장과 유 회장 일가의 지분율과 주식 수를 15.7%,63만6621주로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 이 주식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고 거래하는 증권사가 사들였다.

주식 1주까지 판 것은 삼천리를 창업한 유 회장과 이 회장의 선친인 고(故) 유성연 · 이장균 명예회장의 동업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다. 고인들은 창업하면서 세 가지 원칙을 정하고 문서로 남겼다. 첫째는 전 계열사 주식을 양가가 동일한 지분으로 소유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비율로 투자하든 이익은 똑같이 나눈다는 원칙이고,셋째는 한 쪽이 반대하는 사업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다. 이와 함께 문서에는 "어느 한 가족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그 가족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서약도 함께 들어 있다고 한다.

이 문서는 지금 공동 회장인 2세들에게 금쪽 같은 유산으로 전해져 보관되고 있다. 이 동업 원칙은 선친들이 '삼천리연탄기업사'(현 삼천리의 전신)를 공동으로 설립한 1955년 이후 55년째 지켜지고 있다.

삼천리 관계자는 "중요한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에는 두 회장이 항상 참석해 의견을 조율하며 한 쪽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면 절대 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삼탄이 주식 1주까지 매각한 것도 회사로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라 당연하고 의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삼천리는 소비업체가 아니어서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증시에서는 '숨은 진주'로 꼽힌다. 세계적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이 회사의 신용등급을 한국 정부와 같은 'A2'로 평가하고 있다.

경영 실적도 탄탄하다. 작년 3분기까지 매출은 1조5764억원,순이익은 713억원에 달한다. 이 회장 측과 유 회장 측 모두 인터뷰 요청에 "언론에 인터뷰가 나가면 상대 가문에 불편함을 줄지 모른다"며 한사코 사양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