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닮고 싶은데,쉽지 않네요. "

박광진 아세아유니온 대표는 1998년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버지 얘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작고한 박병우 회장은 슬하 4형제 중 막내인 그를 총애했다. "저에게 '네가 살고 싶은 인생을 살라'고 하신 유일한 분이었어요. 그래서 전공도 한의대와 공대 등을 간 형들과 달리 국문학(성균관대 국문과 82학번)을 선택했죠.시인이나 소설가,기자가 되면 자유롭겠다고 생각했거든요. "

박 대표는 "선친은 '큰사람은 자기가 없다(대인무기 · 大人無己)'는 공자의 말씀처럼 평생 자기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과 처지를 먼저 생각하신 것으로 기억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업을 잇기 전 동양화재보험(현 메리츠화재)에서 3년간 법인영업을 담당했다. 그때 사람 사귀는 법을 익혔다는 것이 박 대표의 말이다. 평생 과묵했던 아버지는 자신과 정반대의 성격을 가진 막내아들이 영업력까지 익히게 되자 가업을 넘겼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쉬움이 크다. "전 직원 중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성실함이나,손가락이 벨트에 감겨 들어가는 줄도 모르고 기계 수리에 몰두하는 기술자의 본능 같은 것은 이제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가 없습니다. "

말 대신 솔선수범으로 직원들과 소통했던 아버지와 달리 그는 직원들과의 스킨십을 더 좋아한다. 특히 깜짝 이벤트를 즐긴다. "사장이 먼저 벽을 허물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말문을 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실제 그는 크리스마스 직후인 지난해 12월26일 경기도 양주 공장을 깜짝 방문,주말 잔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출근한 직원 60명 전원에게 '산타클로스 선물'이라며 5만원씩을 전달한 뒤 사라졌다. 이 정도는 약과다. 지난해 6월에는 1억원을 들여 비행기 한 대를 전세 내 전 직원과 함께 제주도에 2박3일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박 대표는 "아무리 오너 가족이 가업을 잇고 있다 해도 회사는 결국 직원들의 것"이라며 "좀 더 다양한 복지제도와 성장 전략에 대해 모든 직원과 함께 고민하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앞으로 회사 성장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높은 미래 먹거리도 이미 확보한 상태다. 천장에서 바닥 방향으로 돌출된 기존 스프링클러와 달리 천장 속에 매끈하게 박혀 있는 스프링클러가 대표적이다. 그는 "새 스프링클러는 일본 기술보다 한 단계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올해부터 5000억원대에 이르는 전 세계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