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전후 최악의 신용위기는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소비자 금융비중이 높은 월가 금융사들은 대출 부실화로 여전히 대규모 신용손실을 기록하는 등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신용손실 위험이 지속되면 은행들이 계속 대출을 꺼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경제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자산 규모 1위인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작년 4분기 가계대출과 보험부문에서 9억9300만 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20일 발표했다.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손실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경기 회복세가 지지부진한데다 실업자들이 증가하면서 제때 은행 빚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구제금융 상환 비용을 제외할 경우 BOA의 4분기 적자는 1억9400만달러에 불과했다.브라이언 모이니헌 BOA 최고경영자(CEO)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소비자 금융부분이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씨티그룹도 작년 4분기 손실 규모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급감했지만 대출 손실은 오히려 늘었다.씨티의 작년 4분기중 전체 대출 손실은 71억400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61억4000만달러)에 비해 16.2% 증가했다.씨티는 앞으로 대출이 부실화될 것에 대비해 4분기 중 82억달러의 충당금을 쌓았다.

작년 4분기 32억8000만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한 JP모건체이스 역시 소비자금융 쪽에서는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소매금융에서 3억9900만달러,신용카드 부문에서 3억600만달러의 손실이 발생했다.JP모건이 소매 금융에서 손실을 기록한 것은 2008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월가 분석가들은 JP모건에 수십억달러 규모의 대출관련 손실이 남아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미국 4위 은행인 웰스파고는 작년 4분기 모기지 대출을 줄였는데도 부실화된 모기지 대출 잔액이 22% 증가했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호워드 아트킨 재무최고책임자(CFO)는 “상업용과 주택 모기지 대출 부문의 손실은 더 커질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사업부문 호조로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오레곤에 있는 베커캐피탈의 블레이크 호웰 자산분석 담당 이사는 “모기지 부실 정도가 은행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는 아니지만 미래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밖에 우량 금융사인 US뱅코프 등 상당수 월가 은행들은 가계 대출 부문의 부실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충당금을 쌓고 부실자산을 상각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