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진 온실가스 감축은 이제 시대적 소명이 되었다. 온실가스의 대종은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탄산가스다. 탄산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전통적 화석연료를 저탄소 녹색연료로 대체해야 한다. 녹색화 촉진 방안으로 여러 가지가 시행되고 있지만 그 중 하나가 배출권 시장이다. 연중 탄산가스 배출 상한선을 나라별로 책정하여 배출권을 배정(cap)하고,배정량보다 더 많은 탄산가스를 배출하려면 여유 있는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구입(trade)하도록 강제하는 것이 캡앤드트레이드(cap-and-trade)제도이다. 탄산가스를 추가로 배출하려면 돈 들여 배출권을 사와야 하고,저탄소 노력에 성공하면 남는 배출권을 다른 나라에 팔 수 있으니 각국은 탄산가스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데 노력을 기울이게 마련이다.

교토협약(Kyoto Protocol)은 1997년 37개 산업국들이 스스로 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의무화하도록 규정하였는데 그 시행은 2005년부터 시작되었다. '공동의,그러나 차별화된 책임(common but differentiated responsibility)'의 원칙 아래 선진국들은 무거운 감축 의무를 지는 반면 개도국들에는 감축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이 협약의 기조였다. 그러나 감축 의무를 이행한 뒤에도 여전히 선진국들은 후진국들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전체 배출량은 미국이 1위고 중국이 2위지만,2003년 현재 1인당 배출량을 보면 일본과 한국이 각각 9.4t인데 중국은 2.8t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실적을 근거로 하여 배출권을 배정할 것이므로 선진국들이 더 많은 1인당 배출권을 배정받을 것이다.

배출권 시장의 cap-and-trade는 미국이 산성비의 원인인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줄이기 위하여 NOx 배출 기업들에 일정 한도의 배출권(cap)을 배정하고 거래하도록 한 데서 시작하였다. 과거에 많이 배출하던 업체에 더 많은 cap이 부여되었지만 배출량을 줄이는 데는 가장 효과적이었다는 평을 얻었다. 이 방식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글로벌 전략으로 그대로 채택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기존 배출 실적을 반영하는 국별 cap 배정은 불공평하고 인구 1인당 배출량이 같도록 국별 cap을 결정하는 방안이 사실은 더 공평하다.

실적에 따라 cap을 배정하면 선진국은 높은 cap을 배정받지만 고통스러운 감축 의무를 지는 데 반하여 개도국에 당장 감축 부담은 없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개도국도 녹색화에 동참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선진국의 녹색기술과 자본이 필요하다. 이것을 싼 값에 얻으려는 개도국과 그에 반대한 선진국이 맞선 가운데 코펜하겐 기후회의는 큰 성과 없이 끝났다. 인구 1인당 기준으로 국별 cap을 배정한다면 선진국들은 개도국들로부터 배출권을 대대적으로 구입해야 하므로 감축 노력을 배가할 것이다. 또 녹색기술과 자본으로 배출권 구입대금을 지급한다면 개도국도 항구적 녹색화에 동참할 수 있다. 실적보다 1인당 배출량 기준의 cap 결정 방식이 공평할 뿐 아니라 감축 실효성에서도 훨씬 더 효과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