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이 당초 5,6월께로 예정했던 상장 시기를 4월 초로 앞당긴다. 상장 시기를 앞당기는 것이 AIA생명 등 해외 생명보험사들과의 투자유치 경쟁을 피해 공모가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한생명도 3월 말로 예정했던 상장 시기를 앞당기겠다고 나서는 등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장외주식거래 사이트인 38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삼성생명 장외가는 조기 상장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152만원을 기록했다. 작년 11월 상장 계획을 밝히기 전 50만원대에서 3배가량 올랐다.

삼성생명은 2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액면가를 기존 5000원에서 500원으로 10 대 1 분할한 뒤 21일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한국거래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은 당초 5~6월 상장을 목표로 했으나 계획을 수정,공모(IPO) 시기를 3월 말로 앞당기고 4월 초에 상장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상장을 앞당기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시장 상황이나 거래소의 상장 심사일정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4조원대 공모 물량의 절반을 해외 투자자에게 팔 계획인데 해외 유력 생보사들과 공모 시기가 겹칠 경우 해외 투자자 유치에 애를 먹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AIG의 아시아 자회사인 AIA생명은 상반기 홍콩에서 80억~200억달러(9조400억~22조6000억원)를 조달할 계획이며 일본 2위인 다이이치생명도 4월 초에 110억달러(12조4300억원) 규모의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삼성생명이 4~5월에 공모를 하면 이들과 시기가 겹칠 가능성이 크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외국 기관투자가들의 경우 포트폴리오상 생보사에 대한 투자 한도가 정해져 있어 상장이 몰리면 일부만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AIA생명 등보다 규모가 작은 삼성생명은 빨리 상장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차 채권단과의 소송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상장을 빨리 해야 연체이자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차 소송 1심 판결대로 채권단 빚에 대한 지연이자를 6%로 가정할 경우 주가가 105만원이 돼야 채무를 다 갚을 수 있고 채권단의 주장대로 19~20% 연체이자를 적용하면 주가가 140만원이 돼야 추가 출연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이 상장 시기를 4월로 앞당길 경우 대한생명과 상장 시기가 거의 겹친다. 대한생명은 지난달 16일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이달 말 청구가 받아들여지면 3월 말께 상장할 계획이었다.

대한생명은 삼성생명의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상장 시기를 3월 중순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찾는 등 서두르고 있다. 삼성생명과 공모 시기가 겹치면 몸집이 작은 대한생명이 불리하다는 판단에서다. 대한생명은 2조원대의 공모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이들과의 경쟁을 피해 상반기 상장 계획을 아예 9~10월께로 미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