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리·어코드와 맞대결
스바루 레거시 2.5도 상륙
배기량 2500cc 이상 엔진을 얹은 '쏘나타급' 차량이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외형보다 동력성능 등 실속을 중시하는 풍조 역시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이 과정에서 편의사양을 대폭 강화한 국산차 가격이 수입차값과 비슷해졌다.
◆"배기량 높이기" 경쟁
현대자동차 전국 대리점엔 19일 쏘나타 F24 GDi에 대한 문의 전화가 쇄도했다. 출시 하루 만에 수십대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다.
쏘나타 F24 GDi는 현대차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2359cc 직분사 엔진을 탑재,동력성능과 연비를 높인 게 특징이다. 최고출력이 201마력,최대토크가 25.5㎏ · m,연비가 ℓ당 13.0㎞다. 국내외 통틀어 동급 최고 수준이다. 차체가 4820㎜로 캠리(4815㎜)보다 길지만 혼다 어코드(4945㎜)보다는 짧다.
일본차의 공세도 만만치 않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링 모델인 캠리를 지금 계약하면 올 6월에나 받을 수 있다. 주문이 워낙 밀려서다. 도요타 코리아 측은 "매달 판매되는 전체 차종의 70%를 캠리가 차지한다"고 말했다.
스바루 코리아는 레거시가 흔치 않은 사륜구동 세단이란 점을 들어 판매 호조를 자신하고 있다. 주행 안정성이 뛰어나 눈이나 비가 많은 한국 지형에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국내에 도입하는 모델은 작년 말 완전 새로워진 5세대다.
르노삼성자동차는 2500cc급 뉴 SM5의 개발을 완료한 채 출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기아자동차와 GM대우도 로체 및 토스카의 2400~2500cc 모델을 각각 판매 중이다.
◆국산 · 수입차간 가격 '비슷'
국내 업체들은 물가 상승을 반영해 차값을 높이고 있는 반면,수입차 업체들은 시장 확대를 위해 되레 낮추고 있다. 이에 따라 조만간 국산차와 일본차 간 가격이 역전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쏘나타 F24 GDi 가격은 2866만~2992만원이다. 파노라마 선루프,모젠 프리미엄 내비게이션 등 선택사양(옵션)을 더할 경우 차값이 3321만원까지 치솟는다. 내비게이션 등 기본 옵션을 포함한 캠리 2.5(3490만원)와 169만원,이달 초부터 가격을 낮춘 닛산 뉴 알티마 2.5(3390만원)와 69만원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스바루 코리아 역시 레거시 가격을 경쟁 차종과 비슷하게 맞추기로 결정,고성능 중형차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게 됐다.
국산차 업체들이 출시한 고성능 세단이 자사의 상위급 차종 판매를 방해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이른바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가능성에 대한 경고다. 현대차는 쏘나타 F24 GDi를 내놓은 뒤 준대형 세단인 그랜저 판매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랜저 2.4 가격이 2713만~2891만원으로,쏘나타 F24 GDi보다도 100만원 안팎 낮아진 탓이다. 인기 준대형차인 기아차 K7의 경우 2.4,2.7,3.5ℓ급 중 2.4 모델이 가장 덜 팔리고 있다. 가격이 2840만~3070만원 선으로,하위급인 로체 2.4(2780만원)와 비슷하다.
르노삼성이 뉴 SM5의 고성능 버전 출시를 주저하는 이유도 SM7의 배기량(2300cc,3500cc)과 일부 겹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