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들과 캐피털사들이 자동차 할부금융시장을 놓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카드사들은 "취급수수료 등이 없기 때문에 캐피털사들보다 낮은 금리로 할부 구매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캐피털사들은 "저신용자도 대출을 받을 수 있고 차종에 따라 카드사보다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다"며 맞서고 있다.

취급수수료 쟁점 부상

신용카드사와 캐피털사는 취급수수료 문제를 놓고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취급수수료는 캐피털사에서 대출 심사와 처리비 명목으로 받는 대출관련 비용으로 대출 총액의 3~5% 수준이다.

취급수수료율을 고려하지 않으면 캐피털사 금리가 카드사 금리보다 낮다. 36개월짜리 할부 상품의 경우 삼성카드의 할부 이자율은 연 9.0%인 데 반해 현대캐피탈은 연 8.75%다. 하지만 캐피털사에만 있는 취급수수료를 합할 경우 현대캐피탈의 금리는 연 10%대 중후반으로 올라간다.

삼성카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신용카드로 3000만원짜리 차량을 36개월 할부로 결제하면 할부금융 취급수수료와 근저당 설정료가 들지 않기 때문에 캐피털사의 할부 금융상품에 비해 금융비용을 최대 163만원까지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용카드사들은 고객이 카드사에 전화를 걸어 차량 구입을 원할 경우 심사절차를 거쳐 카드사용 한도를 일시적으로 조정해주고 있다.

신용카드사들이 자동차 할부시장에 이처럼 적극적으로 뛰어든 이유는 국내 카드시장이 포화상태인 데다 고가 상품인 차량을 팔면 신용판매액을 손쉽게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상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고 차량을 사는 고객들 중 우량 고객이 많다는 것도 매력이라는 게 카드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기획차종은 캐피털사가 유리

캐피털사들은 "낮은 금융비용을 적용하는 기획차종을 살 때는 캐피털사가 유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획차종이란 할인점의 기획상품처럼 자동차회사가 특정 차종을 고객들이 할부로 싸게 살 수 있도록 한 차종이다. 현대캐피탈은 현대 · 기아차를,아주캐피탈은 GM대우 쌍용차 등을 기획차종으로 지정받아 낮은 이자율을 적용하고 있다. 기획차종의 종류는 매달 바뀐다.

현대캐피탈의 경우 기획 차종에 연 3~5%대 할부 금리를 책정해 놓고 있다. 취급수수료까지 합해도 이자율이 연 4~7%대이므로 카드사 할부 상품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1월 기획차종을 기준으로 보면 취급수수료를 제외한 금리가 아반떼,싼타페,그랜드 스타렉스는 연 5.5%이고 로체,스포티지 등은 연 3.0%다. 현대캐피탈은 카드사들이 잇달아 자동차 할부시장에 뛰어들자 취급 차종의 40% 수준인 기획차종을 올 상반기 중 5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카드사들은 전체 신용등급 10등급 중 6등급 이상인 사람에게만 차량 할부서비스를 해주고 있는 데 반해 캐피털사들은 9등급까지 해주고 있다. 단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의 경우 캐피털사를 이용할 때 근저당 설정비(대출 총액의 0.6%)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캐피털사 이용자 중 10~20%가 근저당 설정비를 내고 있다. 카드는 최장 36개월까지만 할부가 되는 데 반해 캐피털사는 72개월까지 되고 상환방식도 다양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