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임플란트(인공치아)를 이식한 뒤 씹는데 별 문제 없었던 한모씨(56)는 6개월 전부터 임플란트를 한 곳이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임플란트는 절대 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어왔기에 피곤해서 잇몸 통증이 생긴 것이겠지 하고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통증은 더욱 악화돼 진통제를 먹어야 할 정도가 됐고 결국 치과를 찾았다. 염증 때문에 임플란트와 그 주변이 상해 재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피부나 손톱,뼈는 손상되거나 부러지면 아물거나 재생되지만 치아는 그렇지 않다. 오죽하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말이 있을까.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충치나 풍치로 인한 노인의 치아 상실이 증가하고 있다. 또 교통사고나 스포츠부상 등으로 인한 치아 손상도 상당히 많다.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대중적인 치료법이 바로 임플란트 이식이다. 하지만 임플란트도 완벽하지만은 않아 재시술하는 경우가 적지않다. 치과의사의 미숙한 시술테크닉도 원인이지만 관리 소홀로 인해 염증이 생긴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반적으로 임플란트는 한번 심어 놓으면 반영구적이어서 최소한 10년 이상 끄떡없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유지될 확률은 90% 정도다. 서울 서초동 N치과의 변유경 원장은 "임플란트는 자연치아와 달리 신경이 없기 때문에 염증이 생겨도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며 "임플란트 재수술을 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잇몸의 염증"이라고 말했다. 염증이 생기면 잇몸뼈가 녹아 내리면서 박힌 임플란트 기둥이 흔들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임플란트에 의한 염증은 크게 두단계로 진행된다. 초기 점막염은 치은염과 비슷한데 임플란트와 치조골이 서로 들러붙는 융합 기간에 흔히 나타난다. 치태를 벗겨내고 스케일링을 하는 등 간단한 치료를 받으면 쉽게 치료되지만 방치하면 일반 염증보다 악성화된다. 2006년 스웨덴의 임플란트 전문업체인 브레네막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술된 1364개의 임플란트 중 72.4%인 987개의 임플란트에서 초기 점막염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더 지나면 이식한 임플란트의 주변골이 파괴되고 잇몸의 더 깊은 곳에 심한 염증이 생기는 임플란트 주위염으로 악화된다. 치주염과 비슷하게 치태가 쌓여 잇몸뼈를 부식시키는 데도 임플란트는 신경이 없어 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결국 잇몸이 붓고 통증이 생기는 등 염증이 한참 진행된 뒤에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초기 임플란트 주위염은 잇몸을 절개하고 염증을 제거하는 간단한 소파술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잇몸뼈가 상당 부분 파괴된 경우엔 소파술 시행 후 잇몸뼈가 부족한 만큼 뼈이식을 한 뒤에 재수술에 들어가게 된다.

변 원장은 "임플란트를 이식한 사람의 20% 정도가 염증으로 고생을 하며 10% 남짓이 재수술을 받게 된다"며 "재수술은 치조골의 골량이 부족하고 골질이 연약해 어려움이 많지만 최근에는 뼈이식 기술의 발달과 뼈이식 재료의 향상 등으로 거의 대부분 성공한다"고 설명했다. 염증이 생겼다고 무조건 임플란트를 제거할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치조골이 절반 정도 상실됐을 때에는 어쩔 수 없이 임플란트를 뽑아야 하지만,3분의1 정도만 소실됐을 때는 다양한 치료를 통해 임플란트를 살릴 수 있다.

이 밖에 임플란트를 심는 방향이 적절하지 않거나,임플란트 위에 얹히는 보철물이 딱 맞지 않거나,보철물과 주변치아의 간격이 정확하지 않은 경우에는 임플란트가 많이 흔들려 재수술이 필요하다.

임플란트의 수명을 좌우하는 것은 철저한 사후 관리다. 임플란트 수술 후 1년 동안은 3개월마다,1년 후에는 6~12개월마다 정기검진을 받고 임플란트를 스케일링해야 한다. 치실과 치간 칫솔을 사용해 꼼꼼히 양치질을 하고 딱딱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흡연은 임플란트의 염증을 유발하는 주범 중 하나이므로 금연하는 게 바람직하다. 임플란트 이식 후 잇몸 뼈 상태를 정확히 체크하려면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을 찍어보면 된다. 변 원장은 "개인의 차이를 고려해 세밀하게 임플란트를 심어야 재수술을 줄일 수 있다"며 "시술 희망자는 치과의사의 시술 경험,임플란트 재료 및 비용에 따른 장단점 등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