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주들이 미국 금융주의 실적 부진 소식에 동반 하락했다.

18일 증시에서는 KB금융이 5만5900원으로 2.44% 하락 마감하며 5일 연속 약세를 나타냈다. 외환은행(-2.5%)과 신한지주(-2.3%) 하나금융(-0.4%) 등도 외국계 창구로 매도 주문이 쏟아지며 일제히 뒷걸음질쳤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투자은행 JP모건의 작년 4분기 실적이 사실상 예상치를 밑돌았다는 평가에 국내 은행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되면서 외국인 매도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내 은행주들의 작년 4분기 실적도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 대손충당금 적립으로 기존 예상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은행주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순이자마진이 개선되는 등 이익의 질은 나아지고 있지만 단기적으로 전 분기 대비 순익이 줄어들면서 이익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실적 발표 시즌에 접어들면서 8개 주요 시중은행의 순익 전망치는 하향 조정되는 추세다. KTB투자증권은 KB금융과 신한지주의 작년 4분기 순익 전망치를 각각 1333억원과 3254억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48%와 34% 낮췄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팀장은 "금리 인상을 앞두고 예금금리는 상승 추세인 반면 예대율 규제로 대출금리는 하락하고 있어 마진 개선 속도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이는 신규 예금이나 대출에 적용되는 사항이어서 당장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며 "주가가 단기 하락하더라도 작년 9월 이후 지속돼 온 박스권 흐름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조조정을 통한 자산건전성 개선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고 인수 · 합병(M&A) 이슈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올 1분기 실적을 통해 마진 둔화폭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주가가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앞으로 발표될 미국 금융주들의 실적 부진이 추가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수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부실을 털어내는 과정이 지속되고 있을 뿐이어서 단기적으로는 은행주나 국내 증시에 대한 투자심리를 압박할 수 있지만 추세를 꺾을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국내 은행들도 대손충당금을 쌓아둬야 할 이유가 추가로 생기지 않는다면 하반기쯤엔 본격적인 반등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