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없는 성장의 덫] 1% 성장때 일자리 증가 9만→4만개…성장 효과 체감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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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제조업 고용 기여 하락…성장률 5% 이상 호조 보여도 대학 졸업자 절반 취업못해
일자리 창출효과 큰 서비스업 육성이 타개책
수출.제조업 고용 기여 하락…성장률 5% 이상 호조 보여도 대학 졸업자 절반 취업못해
일자리 창출효과 큰 서비스업 육성이 타개책
이명박 대통령은 연초 신년사를 통해 올해 화두로 '일자리 창출'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매달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열어 고용정책을 발굴하고 점검하겠다"며 고용문제를 직접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일자리 만들기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당장 이달부터 공공 일자리 창출사업을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이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일자리 상황이 그만큼 나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에 걸맞게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른바 '고용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책의 초점이 내수 회복,특히 서비스산업 육성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고용부진 어느 정도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7만2000개 줄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카드 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3만명 감소)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실업률도 3.6% 수준으로 2008년의 3.2%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졌다.
일각에선 이 정도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했을 때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 그런 측면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지역의 실업률이 10%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용 문제는 공식통계와는 달리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실업자'란 통계청이 공식 분류하는 실업자에다 △취업 준비생 △59세 이하 그냥 쉬는 사람 △취업이 안돼 구직을 단념한 사람 등을 합친 개념이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여기에서 실업자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이어서 취업 준비생 등은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등은 적극 구직자에 가까워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토대로 한 '사실상 실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99만명에 이른다. 1년 전 283만8000명에 비해 15만2000명(5.3%)이나 늘었다. 정부가 추산한 취업자 수 감소폭 7만명에 비하면 두 배를 웃돈다. '사실상의 실업자'에 기초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11.1%로 공식 실업률의 세 배를 웃돈다.
그 중에서도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최악이다. 지난해 청년층 취업자는 2008년에 비해 12만7000명 줄어 395만7000명에 그쳤다. 청년층의 실업률은 8.1%로 2008년의 7.2%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큰폭 개선 어려워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2% 정도로 사실상 제로(0) 성장에 가깝다. 올해는 4~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비교적 큰 폭의 회복에 힘입어 취업자 수(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성장률만큼 늘어날 수 있느냐는 것.한국은행과 민간 연구소 등에 따르면 성장의 고용창출능력(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이 2000년의 경우 9만6000개였지만 최근엔 5만~6만개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엔 이 수준마저도 못 맞출 것이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5%를 감안했을 때 올해 늘어나는 일자리는 25만~30만개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20만개 정도 늘어나는 데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예전에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8만~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대학 졸업생 50만명이 대부분 흡수됐지만 요즘엔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돼 1% 성장에 3만~4만명이 고용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육성이 해법
한국 경제가 이처럼 성장에 비해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그간 고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수출 · 제조업이 더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공장을 짓더라도 외국을 우선 고려하며 국내에 설비투자를 해도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수출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어치를 생산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2000년 15.3명에서 2007년 9.4명으로 줄었고,제조업은 같은 기간 13.2명에서 9.6명으로 감소했다.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여력이 큰 서비스업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것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 기준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1명으로 제조업의 두 배다. 서비스업이 커지면 내수가 확충되고 제조업도 수출 일변도에서 내수를 겨냥한 생산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은 직접 및 간접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하지만 서비스업이 우리 경제(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0%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해 3분기엔 58.9%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더군다나 서비스업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회계 의료 법률 등은 각종 장벽에 가로막혀 성장과 고용에 제약을 당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서비스업도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정부가 얘기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규제완화는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영리 의료법인 도입,법률 및 교육시장의 개방 등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재정투입 축소,조기 금리인상 등 조속한 출구전략 시행 등도 일자리 확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
대통령과 경제부처 수장이 새해 벽두부터 일자리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일자리 상황이 그만큼 나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는 회복되고 있지만 그에 걸맞게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른바 '고용없는 회복(jobless recovery)'이 우려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정책의 초점이 내수 회복,특히 서비스산업 육성에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고용부진 어느 정도인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일자리는 7만2000개 줄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카드 대란이 벌어졌던 2003년(3만명 감소) 이후 6년 만에 처음이다. 지난해 실업률도 3.6% 수준으로 2008년의 3.2%에 비해 0.4%포인트 높아졌다.
일각에선 이 정도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감안했을 때 선방한 것이라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실제 그런 측면도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지역의 실업률이 10% 안팎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고용 문제는 공식통계와는 달리 심각한 상황이다.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실상의 실업자'가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사실상의 실업자'란 통계청이 공식 분류하는 실업자에다 △취업 준비생 △59세 이하 그냥 쉬는 사람 △취업이 안돼 구직을 단념한 사람 등을 합친 개념이다.
실업률은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의 비율을 말한다. 여기에서 실업자는 적극적으로 구직활동을 한 사람이어서 취업 준비생 등은 실업자 통계에서 빠진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 등은 적극 구직자에 가까워 사실상 실업자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를 토대로 한 '사실상 실업자'는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299만명에 이른다. 1년 전 283만8000명에 비해 15만2000명(5.3%)이나 늘었다. 정부가 추산한 취업자 수 감소폭 7만명에 비하면 두 배를 웃돈다. '사실상의 실업자'에 기초한 '사실상의 실업률'은 지난해 11월 11.1%로 공식 실업률의 세 배를 웃돈다.
그 중에서도 15~29세 청년층의 실업률은 최악이다. 지난해 청년층 취업자는 2008년에 비해 12만7000명 줄어 395만7000명에 그쳤다. 청년층의 실업률은 8.1%로 2008년의 7.2%에 비해 큰 폭으로 뛰었다.
◆올해 큰폭 개선 어려워
지난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2% 정도로 사실상 제로(0) 성장에 가깝다. 올해는 4~5%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올해 비교적 큰 폭의 회복에 힘입어 취업자 수(일자리)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성장률만큼 늘어날 수 있느냐는 것.한국은행과 민간 연구소 등에 따르면 성장의 고용창출능력(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질 때 늘어나는 일자리 수)이 2000년의 경우 9만6000개였지만 최근엔 5만~6만개 수준으로 낮아졌다. 하지만 올해엔 이 수준마저도 못 맞출 것이란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5%를 감안했을 때 올해 늘어나는 일자리는 25만~30만개 수준이 되어야 하지만 정부 스스로도 20만개 정도 늘어나는 데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윤 장관은 이와 관련,"예전에는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8만~9만개의 일자리가 늘어나 대학 졸업생 50만명이 대부분 흡수됐지만 요즘엔 고용없는 성장이 지속돼 1% 성장에 3만~4만명이 고용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업 육성이 해법
한국 경제가 이처럼 성장에 비해 고용을 늘리지 못하는 데는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그간 고용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수출 · 제조업이 더이상 그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대표기업들은 공장을 짓더라도 외국을 우선 고려하며 국내에 설비투자를 해도 생산성을 증대시키는 쪽으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수출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어치를 생산했을 때 늘어나는 일자리)는 2000년 15.3명에서 2007년 9.4명으로 줄었고,제조업은 같은 기간 13.2명에서 9.6명으로 감소했다.
제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자리 창출여력이 큰 서비스업의 성장이 지지부진한 것도 고용 부진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007년 기준 서비스업의 취업유발계수는 18.1명으로 제조업의 두 배다. 서비스업이 커지면 내수가 확충되고 제조업도 수출 일변도에서 내수를 겨냥한 생산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서비스업은 직접 및 간접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유일한 분야다.
하지만 서비스업이 우리 경제(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60%에서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이후 지난해 3분기엔 58.9%로 다시 쪼그라들었다.
더군다나 서비스업 중에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회계 의료 법률 등은 각종 장벽에 가로막혀 성장과 고용에 제약을 당하고 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서비스업도 양적 성장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을 도모해야 정부가 얘기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며 "그런 차원에서 규제완화는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영리 의료법인 도입,법률 및 교육시장의 개방 등을 정부가 전향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재정투입 축소,조기 금리인상 등 조속한 출구전략 시행 등도 일자리 확충을 가로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박준동/이태명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