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나라당 내 친이(이명박)계는 세종시 수정안'속도전'을 거듭 천명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으나 친박계가 박근혜 전 대표의 반대 입장 표명 후 급속히 결집하고 있어 정면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연기하며 세종시 수정안 후폭풍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친이-친박 간 갈등은 13일 열린 최고중진회의에서 지도부 간 신경전으로 표출됐다. 친이계 안상수 원내대표는 "공당으로서 과거의 약속과 신뢰도 고려해야 하지만 미래의 국익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냉정하고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약속과 신뢰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힌 박 전 대표를 우회 비판한 것이다. 이에 친박계인 이경재 의원은 "'주화자(主和者)도 충(忠)이요,척화자(斥和者)도 충이다'는 말이 있는데 원안대로 하자는 것도 결국 백년대계를 위한 고뇌의 결단인데 어느 게 진짜 크게 백년대계를 위한 것인지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수정안에는 지역 간 기업 간 갈등의 소지가 있는데 이런 측면에서 다시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 내 친이계는 즉각적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지만 전날 박 전 대표가 "충청지역을 설득하라고 한 얘기는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뜻인데 말귀를 못 알아들으시는 것 같다"며 주류 측을 향해 직격탄을 날린 데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야권은 쾌재를 부르면서도 세종시 원안 고수의 키를 박 전 대표가 쥐게 된 상황을 우려하는 모양새다. 당분간 여권 내 분열 양상을 관망하며 충청권을 중심으로 바닥민심 다지기 등의 역할을 찾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세균 대표는 "대통령이나 총리가 일방적으로 홍보할 게 아니고 국민을 모시고 시시비비를 가리자"며 공개토론을 제의했다.

청와대는 이번 주 이명박 대통령이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세종시 수정안의 내용과 당위성을 직접 설명하려던 일정을 미뤘다. 이 시점에 기자회견을 할 경우 박 전 대표와 정면 대립하는 모양새가 돼 여론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 만큼 여론 추이를 좀 더 지켜보고 하자는 쪽으로 정리했다.

김형호/홍영식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