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휩쓴 경제위기 속에서도 우리나라는 지난해 수출규모가 영국,러시아 등을 앞서 세계 9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도 세계 12위의 수출실적과 비교해 3계단 올라선 것이다. 무역흑자는 사상 최대인 410억달러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나라 수출이 세계적 불황 속에서도 선전한 가장 큰 이유는 수출상품과 지역의 다변화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정 상품의 특정 지역에 대한 수출이 줄어든 것이다.

우선 수출지역 면에서 볼 때 10대 수출국에 대한 수출비중이 전체의 90%가 넘던 때(1970년)도 있었으나 2008년에는 59.7%로 낮아졌다. 아울러 10대 수출상품의 수출비중은 1970년 81%에서 2000년대 이후 60% 내외를 유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경기변화에 따른 해외소비자의 구매행태 변화에 기업들이 잘 대응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예로 현대자동차는 미국에서 차량 구매자가 구매 후 1년 이내에 실직 등의 이유로 운전을 할 수 없는 경우 차량 반납이 가능토록 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는 등 불황기에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성과를 거둔 바 있다.

또 정부의 신속하고 과감한 정책지원의 효과를 들 수 있다. 정부는 환변동보험의 지원 확대,중소기업 수출보험 · 보증체계 구축,수출금융제도 개선 등과 함께 해외마케팅 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실행함으로써 특히 중소기업들의 수출경쟁력 강화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지금의 수출실적이 지속적인 추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우리 수출의 과제인 넛 크래커(Nut-Cracker) 현상의 극복이 과제다.

이를 위한 지름길은 가격에 비해 우수한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미 품질과 브랜드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많은 기회와 과제를 떠안아야 한다. 또 국가 브랜드 가치의 향상을 통한 간접적 지원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같은 가격과 품질이라면 중국보다는 일본에서 만든 상품을 선호하는 것은 국가 브랜드의 가치 차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인삼각 경기에서처럼 호흡을 맞춰 기업 브랜드와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제고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은 물론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앞당길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안병수 <서울디지털대 교수·국제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