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의 올해 전략 핵심은 공격이다. 작년 금융위기 때 약진한 것을 발판으로 삼아 글로벌 '넘버1 기업'으로 대도약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대부분 계열사들이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CES 2010' 현장을 찾은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CEO)은 "작년에 이곳에 왔을 때는 암흑 같았지만 올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왔다"고 말했다. 다른 회사들이 작년 부진할 때 삼성이 독보적인 성적을 낸 만큼 올해는 그 여세를 몰아 '승자 독식'의 시대를 열겠다는 자신감이 배어 있는 말이었다. 실제 삼성전자는 올해 CES 전시장 한 가운데 가장 넓은 규모의 전시공간을 차려 위세를 과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올해 전략은 간단하다.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모든 품목을 1위에 올려 놓겠다"는 것이다. 1위 품목은 2위와 차이를 더 벌려 압도적 1위로 만들고 2위,3위 품목은 1위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최 사장은 "한 국가에서 40% 시장을 점유하는 A라는 품목이 있다면 이는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그 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세계 1위인 TV 반도체 LCD 모니터 등은 2위와의 격차를 더 벌리고 2위인 휴대폰은 올해 1위인 노키아를 추월할 수 있는 가시권에 들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컴퓨터와 가전사업부도 1위에 오른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이 낮은 PC 프린터 냉장고 세탁기 등의 가전부문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점유율이 낮은 만큼 1위에 가까워질수록 성장폭이 크게 나타난다는 게 삼성전자의 계산이다.

또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삼성전자는 올해 20% 이상 성장,처음으로 매출 300억달러를 돌파한다는 목표도 세웠다. 부품과 세트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소프트웨어 부문의 역량을 강화해 획기적 성장의 기회로 삼는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세계 전자업체 중 세트와 부품을 동시에 제조하는 회사의 장점을 살려 다른 기업이 만들지 못하는 혁신적 제품을 빠른 시간에 만들어냄으로써 세계 시장을 선도한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의 2010년 전략은 최 사장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차별화한 경쟁력과 기술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쟁 업체들의 추격 의지를 원천봉쇄할 것이다. "

작년 사상 최대 실적을 낸 삼성전기는 올해 시장 점유율을 두 배로 끌어올린다는 공격적 목표를 마련했다. 이를 위해 모든 제품의 개발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해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 제품을 시장에 출시함으로써 점유율 확대를 극대화한다는 계산이다. 마케팅에서는 신규 거래처 개척은 물론 고수익 제품군 판매를 확대하고 저수익 제품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멀티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통해 부품 부문에서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품목별로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는 세계 1위를 목표로 지속적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반도체용 기판 등 다른 부품들도 글로벌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삼성SDI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2차전지 사업을 기반으로 올해를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변신하는 원년으로 삼기로 했다. GE에너지 사업부 출신인 최치훈 사장의 경험과 디스플레이 부문을 1위에 올려 놓은 저력을 결합하면 불가능하지 않다는 게 삼성 측 계산이다. 세계적 업체들과 거의 동시에 진입한 자동차용 2차전지 시장에서는 글로벌 리더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하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다.

삼성전자 시큐리티(보안) 사업을 인수,통합한 삼성테크윈은 시큐리티 사업을 핵심 주력사업으로 선정하고 '일류화'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개발센터를 신설하고 개발 투자 규모를 매출의 10%로 확대해 라인업을 조기에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네트워크화,통합화 및 지능화라는 트렌드에 맞춰 네트워크 카메라,네트워크 비디오 레코더(NVR),엔코더(Encoder) 등 네트워크 제품 라인업을 전년 대비 2배 이상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SDS와 삼성네트웍스 통합 법인은 글로벌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로 변신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동안 주로 국내에만 머물렀던 시장을 세계로 확대하는 등 적극적인 성장 전략을 구사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상 처음으로 매출 4조원을 돌파한다는 계획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