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지난 12일 지급준비율을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중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들었다.

중국 정부가 유동성 환수에 나서면서 중국 경제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는 국내 기업들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철강, 화학 등 소재업종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IT(정보기술), 자동차, 유통 등 소비관련주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소비에는 큰 영향 없다

조용찬 한화증권 중국EM분석팀장은 "중국 정부가 올들어 국채 금리를 두 차례나 인상하는 등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예고했었다"며 "중국 내에서는 이번 지준율 인상을 이미 예정됐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넘쳐나는 시중의 과잉 유동성과 부동산 시장의 과열 대책에 대한 여론의 압력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는 실제 행동이 빨랐다는 평가다.

하지만 금리인상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전망했다.

조 팀장은 "중국 정부는 당분간 강력한 유동성 회수, 지준율 인상, 통화 환수, 창구 지도를 통해 통화정책을 전개해나갈 것"이라며 "급속한 부동산 시장 냉각과 미국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하는 데 따른 부담 때문에 금리인상에 당장 나서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본격적인 금리인상에 따른 소비위축이 나타나기 전까지는 중국 내수 소비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중국에 진출한 삼성전자LG전자 등의 IT주, 현대차, 기아차 등 자동차주, 롯데쇼핑이나 농심 등 유통·음식료주에 대한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성연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는 올해 들어서도 계속 내수 중심의 소비진작에 정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출구전략이 나오기 전까지는 중국 소비시장 위축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농민들을 대상으로 가전제품 구입시 보조금을 지원하는 가전하향 정책의 구매 상한선을 인상하는 등 오히려 내수 소비를 진작 정책은 강화하고 있다. 또 자동차하향 정책도 올해말까지 연장했다.

육정근 리딩투자증권 국제영업부 차장도 "중국 정부는 수출보다 내수쪽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전기전자나 자동차, 유통 등 소비관련 기업들은 이번 지준율 인상의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육 차장은 "중국의 내수소비 진작 정책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오히려 중국 리스크로 인해 주가가 떨어진다면 이들 업종의 매수 기회로 삼을 것"을 조언했다.

SOC 관련 투자 위축 우려

반면 부동산이나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와 관련된 두산인프라코어 등 산업재나 소재업종은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4조위안(약 720조원) 규모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면서 특히 인프라 투자에 집중했으나, 올해부터는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들면서 중장비 등 기계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성연주 애널리스트는 "중국의 대출 규제는 건설 관련 소재업종에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작년부터 신규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허가 기준을 강화하는 등 SOC투자를 줄이는 추세"라고 밝혔다.

윤항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도 "수출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소비가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은행 지준율의 전격 인상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크게 둔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유동성 축소에 따른 자산시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증시가 당분간 조정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이며 은행 등 금융주와 부동산 및 건설 관련주 등의 약세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