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북미국제오토쇼(일명 디트로이트 모터쇼)'가 막을 올린 11일 오전 8시45분(현지시간). 오토쇼가 열린 미국 디트로이트 코보센터에 붙어있는 코보체육관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오토쇼 첫 행사로 포드가 발표회를 연 것. 1만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실내 체육관은 거의 꽉 들어찼다. 빌 포드 주니어 회장과 앨런 멀럴리 최고경영자(CEO)가 나란히 참석한 발표회는 거대한 버라이어티쇼를 연상시켰다. 발표에 나선 포드 임원들은 "오늘을 위해 그동안 많은 고생을 해왔다"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포드가 이날 '올해의 자동차상'과 '올해의 트럭상'을 휩쓴 데 이어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흑자로 돌아설 것이란 전망은 참석자들을 들뜨게 만들었다.

GM 의 브랜드인 뷰익과 GMC 발표회장도 마찬가지였다. 발표자는 "우리는 몇 년 동안 승리를 갈구해 왔다"며 "이제 그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공적자금을 받아 어려운 처지이긴 하지만 판매가 상승세로 돌아서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들렸다.

뿐만 아니었다. 개막식에 참석한 레이 라후드 미국 교통부 장관은 "오늘은 미국 자동차 산업이 새롭게 시작하는 첫날"이라고 선언했다. 오늘을 계기로 미국 자동차업체의 영광을 되찾자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이처럼 미국 자동차 관계자들이 '승리'를 외치고 있던 그 순간 코보센터 밖에서는 30여명의 군중이 열띤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고용증가 없는 경기회복 반대''공적자금을 주는 대신 일자리를 만들라'는 등의 문구가 피켓에 선명했다. 이들은 디트로이트 지역 자동차회사에 근무하다 은퇴한 사람들과 구조조정으로 해고된 사람들. 시위대의 한 사람은 "자동차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고 하지만 디트로이트지역의 고용은 전혀 늘지 않고 있다"며 "해고자들을 재고용하지 않은 채 업체들이 축배를 드는 것은 자기들만의 잔치일 뿐"이라고 쏘아붙였다.

GM,포드,크라이슬러 경영진들도 이런 점을 의식한 듯했다. 한결같이 "차츰 고용을 늘리겠다"거나,"이 지역에서 새차를 만들겠다"고 입을 모았다. 미 자동차회사는 분명 활기를 띠고 있었다. 그렇지만 고용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번 잘못되면 회복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를 오토쇼에 참가한 미국 자동차업체들은 보여주고 있었다.

디트로이트=하영춘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