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한국판 이케아' 의 조건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삼성 브랜드의 세계적인 도약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밀라노 회의'다. 2005년 4월 이탈리아 밀라노 국제가구 박람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건희 전 삼성회장은 현지에서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디자인 경영'을 선포했다. 당시 삼성 사장단은 이탈리아 명품가구 업체인 몰테니 부스에서 회사 관계자로부터 최신 디자인 동향도 들었다. 삼성이 자사의 핵심 사업인 전자제품 등과 관련된 전시장이 아닌 가구전시회에서 왜 디자인 경영을 선언했을까. 가구가 디자인의 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가구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설비나 특별한 기술 투자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영세산업으로 비쳐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연간 6~8차례 가구 관련 국내 전시회가 열리지만 주로 200여 중소업체만 참여하는 등 규모가 작다. 더구나 대형 브랜드 가구업체들은 참가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일본 등 대표적인 산업 선진국은 가구만큼은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가구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자국 브랜드의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 밀라노 박람회의 경우 전 세계 2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며 방문 인원만 30만명을 넘는다. 전시회가 끝나면 6개월 이내에 각국에서 디자인과 색상 등을 모방한 제품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렇다 보니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10여개 세계적인 가구 회사도 이들 국가에서 나왔다. 미국의 스틸케이스,허먼 밀러,헤이워쓰,일본의 오카무라,스웨덴의 이케아 등이다.
가구는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한 필수품이다. 단순 기능을 넘어 하이터치 감성,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의자도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개당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어갈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디자인 및 고급 마감기술,품질관리,첨단소재 개발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고기능성 의자에는 앞뒤로 젖혀지는 기능을 제어하는 '틸트'라는 정밀 부품이 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된다. 이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가구 선진국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제조 선진국이다. 그만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생산 기술 등 고도의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셈이다. 가구 산업을 자동차처럼 고부가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지금의 가구산업 모습은 초라하다. 영세업체가 많은 데다 싼 제품만 찾는 풍토도 한 원인이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의 디자인과 하이테크가 결합된 고부가 가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국가대표 가구 기업이 나와야 한다. 가구가 보호받아야 할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소극적 산업전략에서는 이런 기업의 출현은 어렵다. 고부가 산업으로 육성 노력을 게을리하면 자칫 '저가'의 대명사인 중국산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 자꾸 떠오른다.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한국의 가구 브랜드들이 주관하는 '서울 가구 박람회'에서 외국 유명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김후진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jin@hankyung.com
가구는 전통적인 제조업의 하나다. 그래서인지 대규모 설비나 특별한 기술 투자없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영세산업으로 비쳐지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연간 6~8차례 가구 관련 국내 전시회가 열리지만 주로 200여 중소업체만 참여하는 등 규모가 작다. 더구나 대형 브랜드 가구업체들은 참가를 꺼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탈리아 독일 미국 일본 등 대표적인 산업 선진국은 가구만큼은 지속적으로 국제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적인 규모의 가구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자국 브랜드의 국제화에 나서고 있다. 밀라노 박람회의 경우 전 세계 20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가하며 방문 인원만 30만명을 넘는다. 전시회가 끝나면 6개월 이내에 각국에서 디자인과 색상 등을 모방한 제품이 나올 정도로 영향력이 크다.
이렇다 보니 연 매출 1조원을 넘는 10여개 세계적인 가구 회사도 이들 국가에서 나왔다. 미국의 스틸케이스,허먼 밀러,헤이워쓰,일본의 오카무라,스웨덴의 이케아 등이다.
가구는 인간 생활과 가장 밀접한 필수품이다. 단순 기능을 넘어 하이터치 감성,주변 환경까지 고려해야 한다. 의자도 기능과 디자인에 따라 개당 가격이 200만원을 훌쩍 넘어갈 만큼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디자인 및 고급 마감기술,품질관리,첨단소재 개발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고기능성 의자에는 앞뒤로 젖혀지는 기능을 제어하는 '틸트'라는 정밀 부품이 있다. 자동차로 치면 엔진에 해당된다. 이를 만들 수 있는 나라는 가구 선진국이다. 이들은 공교롭게도 세계적인 자동차 제조 브랜드를 보유한 국가다. 우리나라도 자동차 제조 선진국이다. 그만큼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생산 기술 등 고도의 산업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는 셈이다. 가구 산업을 자동차처럼 고부가 측면에서 본다면 우리가 가진 잠재력에 비해 지금의 가구산업 모습은 초라하다. 영세업체가 많은 데다 싼 제품만 찾는 풍토도 한 원인이다.
우리도 글로벌 경쟁력의 디자인과 하이테크가 결합된 고부가 가구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규모의 국가대표 가구 기업이 나와야 한다. 가구가 보호받아야 할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는 소극적 산업전략에서는 이런 기업의 출현은 어렵다. 고부가 산업으로 육성 노력을 게을리하면 자칫 '저가'의 대명사인 중국산에도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는 업계 한 관계자의 지적이 자꾸 떠오른다.
삼성이 그랬던 것처럼,한국의 가구 브랜드들이 주관하는 '서울 가구 박람회'에서 외국 유명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선포하는 모습을 기대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일까.
김후진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