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성공한 경영자라도 일흔 넘어서까지 일하기가 어렵다. 건강도 문제지만 능력이 있다고 해도 현직에 앉아 있기가 힘들다. 심지어 40대 사장까지 나오는 시대에 부회장,회장,고문까지 다 지낸 사람이 또 다른 직책을 갖는 걸 욕심으로 보는 사람이 더 많아서다.

요즘 원로 경영자들을 만나보면 고민들이 비슷하다. 건강도 괜찮고 의욕도 넘치지만 도대체 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개인들로 보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청년 일자리도 없는 판국에 원로들의 제2,제3 일자리까지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이래저래 원로들이 갈 곳은 정해져 있다. 저자, 작가, 시인 혹은 수필가가 되는 길이다. 이제 누구라도 마지막 직업은 이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별수 없는 선택이기도 하지만, 디지털 환경이 발달하면서 글 쓰기가 쉬워진 덕분이다. 최근 자서전을 내는 원로들이 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이왕 나중에 작가나 저자가 되려고 마음먹고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준비는 간단하다. 쓰고 싶은 책의 제목을 정하고, 그 다음은 목차를 세워 보고 자주 다듬으면 된다.

제목과 목차가 뭐 그리 중요할까 싶겠지만 이것이 사실은 책쓰는 작업의 절반이다. 나머지는 시간 여유를 두고 제목과 목차에 맞는 자료를 분류하고 정리하면 된다. 제목과 목차가 없으면 매일매일의 자료를 다 버리게 된다. 디지털시대니 만큼 언제든지 검색할 수 있다고 믿고 하나도 남김없이 '삭제'하고 있는 게 우리의 버릇이다.

"은퇴하면 집에서 글이나 써야겠다"고 하는 것과 "나의 마지막 직업은 저자"라고 생각하는 것은 천지차이다. 저작 계획을 세우자. 어떤 기록도 버리지 말고 소중히 간직하자.자서전을 쓸 계획을 갖고 있는 이에겐 오늘이 바로 자서전의 중요한 한 페이지인 것이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