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대의 삼성자동차 채권 환수 소송에 대한 법원의 조정이 삼성생명 주식 상장 이후로 연기될 전망이다.

서울고법 민사1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11일 "삼성과 채권단 모두 삼성생명 상장 이후에 조정해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삼성생명이 상장될 때까지 양측 대리인 간 조정은 계속되겠지만 결론은 삼성생명이 상장된 이후에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과 채권단 측에 제시한 법원의 조정안이 불발로 끝났지만 삼성생명 상장 이후 재조정에 나서달라는 양측의 요구를 받아들여 정식 재판으로 회부하지 않고 조정으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재판부는 앞서 삼성 측이 채권단에 지급해야 하는 연체이자를 1심 판결보다 70% 삭감하는 대신 이건희 전 회장이 보유 중인 삼성생명 주식 50만주를 추가로 내도록 하는 강제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양측의 이의 제기로 무산됐다.

채권단은 연체이자가 대폭 삭감돼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소송을 빨리 종결시켜달라던 삼성도 이의를 제기했다. 삼성 입장에선 이 전 회장의 50만주 추가 출연이 부담일 뿐 아니라 출연이 이뤄질 경우 삼성생명 상장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법원의 조정안이 결렬되면 정식 재판으로 회부되지만 재판부는 삼성생명 상장 이후 조정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재조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채권단 입장에서는 삼성생명 상장 이후 주가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고，삼성 측에서는 삼성생명 주가가 예상보다 높을 경우 추가로 주식을 출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 상장 후 시장가격이 형성됐다고 양측이 판단하는 시점에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주식의 장외거래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재판부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삼성생명 주식의 예상 공모가는 당초 70만원(액면분할 이전 기준) 선이었지만 지금은 100만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삼성생명 장외 시세는 지난달 7일 100만원을 넘어선 이후 현재 12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서보미/조진형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