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IB(투자은행)들이 기업공개(IPO)와 회사채 인수 등을 통해 기업들의 자금조달을 적극 지원하면서 지난해 국내 자본시장이 글로벌 금융위기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또 국내 IB들은 외국계들이 위축된 상황에서 주요 IB부문에서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신문과 연합인포맥스가 집계한 2009년 IB 리그테이블(회사별 실적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IPO 주관 금액은 3조3831억원으로 전년(8070억원)보다 4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국내 IB들이 인수한 회사채 규모는 82조6653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53.9% 증가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비롯한 주식관련 채권의 증권사 주관 발행 규모도 2조4602억원으로 2008년보다 3배 이상 커졌다.

금융위기의 여파로 돈줄이 말랐던 기업들에 IB들이 자금을 대주는 기능을 톡톡히 수행했다는 평가다.

국내 IB들의 약진은 특히 외국계의 전유물처럼 여겨져온 기업 인수 · 합병(M&A) 재무자문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이 부문에서 우리투자증권은 자문금액이 1조3557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에 따라 메릴린치 등 외국계에 이어 6위에 올라 전년(17위)보다 11계단 수직상승했다. 삼성증권도 14위에서 8위로 뛰었다. 적어도 국내 시장에선 M&A 실행능력이 외국계에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향상됐다는 평가다.

지난해는 자본시장법 시행으로 국내 IB들이 새롭게 도약하는 원년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8년 터진 금융위기로 IB에 주어진 성장의 기회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이런 우려에도 국내 IB들은 '안방시장'에서 외국계에 대한 경쟁력을 크게 높이고,국내 기업들과 투자자들에겐 풍부한 자금과 투자기회를 제공하는 자본시장 플레이어로서의 기능을 기대 이상으로 잘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제 국내 IB들이 한국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으로 활동무대를 넓혀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부터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아시아에서 미래 성장동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경영/김동윤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