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지난해 연말부터 뚜렷히 나타나면서 수출주에 부담이 되고 있다.

기존 주도주로 활약해온 수출주 대신 경기회복과 환율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조선, 해운, 철강 등으로 투자범위를 넓혀가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1일 원·달러 환율이 7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1110원대까지 떨어졌다. 15개월만에 최저치다. 12월 미국의 신규고용이 예상보다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인 것이 빌미로 작용했다.

원·달러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원·엔 환율이다. 지난해 12월부터 지속적으로 이어진 엔화 약세에 원·엔 환율은 12월 초 1333원대에서 현재 1213원대까지 10% 가까이 떨어졌다.

국내 주력 수출품목인 IT와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환율 흐름은 국내 수출 경쟁력에 치명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코스피 지수 상승에도 불구하고 전기전자업종과 자동차를 포함한 운수장비 업종은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하이닉스, 현대차, 기아차 등 대형 수출주들 대부분이 하락중이다.

이효근 대우증권 경제금융파트장은 "올해 원화 강세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일이지만 연초 들어 흐름이 생각보다 급격하게 나타나고 있어 문제"라고 전했다.

그는 "잘 버텨줄 줄 알았던 엔화마저 디플레이션 및 신임 재무상의 엔화 약세 용인 발언 등으로 인해 약세를 보이면서 국내 수출주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엔화 약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커보인다.

김돈영 외환선물 애널리스트는 "일본 정부의 소비정책에도 불구하고 민간투자가 위축된 상황이라 쉽게 개인소비가 늘어나지 않고 있다"며 "정책적으로 내수보다 수출에 중심을 맞출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도 엔화 약세를 용인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화 강세는 사실 국내 경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라는 점에서 부정적인 이슈만은 아니다. 무역수지 등 수출호조와 양호한 외환보유액과 경제성장률 등이 외환시장에서 원화에 대한 매력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제 전체적으로 본다면 환율 하락은 해당 국가의 대외신인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기측면에서도 다른 국가에 비해 경기회복 속도나 경쟁력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이기 보다는 긍정적인 뉴스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과 엔화와의 방향성 격차 확대가 문제시되고 있는 만큼, 수출주 외의 투자전략도 고려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재식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 회복과 더불어 나타난 환율의 변화로 전기전자, 자동차 등의 업종이 과거와 같은 시장강세를 보이기는 어려워보인다"고 풀이했다.

반면 세계 경기의 회복 강화에 힘입어 조선과 해운주에는 기술적 반등 이상의 강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고 판단했다.

이주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 추세에 따른 중장기적인 측면과 환율 급변동에 따른 단기적 전략을 동시에 고려할 때, 당분간 철강, 통신, 미디어, 기계, 반도체 업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