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은 10일 "기업과 교육,문화 모든 부문이 국내와 세계에서 자기위치를 인식해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수 있다"고 말했다. 또 "각 분야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회장은 이날 세계적 가전전시회 'CES2010'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를 찾아 사회의 화두를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공식 퇴임후 1년9개월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회장은 "자기 위치를 정확히 인식해야 변화무쌍한 21세기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 관계자는 "이 전회장의 발언은 삼성을 포함한 한국사회가 지금까지의 성공에 도취하지 말고 부족한 부문을 정확히 인식하고 고쳐나가지 않으면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전회장은 삼성그룹이 10년후 미래를 잘 준비하고 있냐는 질문에도 "택도 없다. 아직 아직 멀었다"고 대답했다. 그는 "10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아는가. 10년전 삼성은 지금의 5분의 1의 크기의 구멍가게 같았다"며 "까딱 잘못하면 그렇게 된다"고 덧붙였다. 잘못하면 10년전 삼성으로 되돌아갈수 있다는 경고로 풀이된다.

이 전회장은 그러나 일본 업체들과의 경쟁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일본업체가) 신경은 쓰이지만 겁은 안난다. 기술과 디자인에서 우리가 앞섰다. 한번 앞선 것은 뒤쫓아 오기는 아주 힘들고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이 전 회장은 삼성전자의 성장에 대해 "일본의 큰 전자회사 10개를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이익을 냈다"고 말하기도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아직 기초기술이 부족해 R&D(연구개발)가 안되니까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라면서도 동행한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에게 "중국의 성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해 중국업체들에 대한 경계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경영복귀를 묻는 질문에 이 회장은 "아직 멀었다"고 답해 당분간 경영복귀보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념할 것임을 시사했다.

2018년 평창 올림픽 유치가능성에 대해서는 "그건 정말 아무도 모른다"며 "나부터 그럴 것이며 국민 정부 모두 힘을 합쳐 한방향을 보고 열심히 뛰어야 한다. 그길 밖에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 전회장은 전날 저녁 전직 IOC위원과 저녁을 함께 하며 공식 유치활동을 시작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 등 자식들의 경영활동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는 "아직 많이 배워야죠"라고 답했다. 이 전 회장은 "올해 국내경기는 나쁠 것 같지 않다. 작년같지는 않을 것"이라며 낙관적 전망을 피력했다. 이 전 회장의 이날 CES 행사장 방문에는 홍라희 여사를 비롯,이재용 부사장,이부진 호텔신라 전무,이서현 제일모직 전무 등 가족들이 모두 동행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