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미소금융 대구 서구 지점 개소식을 동행 취재한 기자에게 "서민금융 역시 외환부문 못지 않게 뼈아픈 대목"이라며 서민금융회사의 모럴해저드를 강하게 비판했다.

진 위원장은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저신용층에 대한 대출잔액이 6개월 만인 작년 6월 현재 87조원으로 10%나 줄었다"며 "이들을 위한 제도권 금융회사의 대출이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서민금융은 저축은행이나 신협,새마을금고가 상당한 몫을 했지만 지금은 대부업체와 사(私)금융이 이 시장을 차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 위원장은 그 원인으로 "저축은행이 대형화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서 저축은행이 예금자보호제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며 "아픈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서민 신용기관에 대해서도 "비과세 예금혜택을 허용해준 것은 어려운 사람에 대한 대출을 전제로 한 것인데 실제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이러한 혜택을 서민대출 확대와 연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신용등급 7등급 미만인 저신용층만 850만명인데 1인당 1000만원씩 대출하더라도 85조원이 필요하다"며 "이 잠재시장을 놓고 대부업체와 사금융이 시장을 확대해왔다"고 지적했다.

진 위원장은 이날 대구 재래시장인 팔달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상인연합회 측이 "물품구입대금조차 구하지 못해 고리사채를 전전하고 있다"는 건의를 받고 "서민금융기관이 제대로 움직이도록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시중은행에 대해서도 "국민은행이 어떻게 컸느냐"면서 "대기업하고만 거래하려고 하기보다 소매금융에 특화된 은행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미소금융에 대한 기대와 육성의지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지금까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은 일부 재정의 도움을 받아 자생적 조직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이제 톱다운 방식으로 기업 · 금융회사가 함께 전개하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식 미소금융 모델에 대해 세계은행(WB)에서 아주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진 위원장은 "미소금융은 고기를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주면서 도구도 빌려주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미소금융의 10년간 지원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불과해 수적 한계가 있다"며 "하나하나씩 성공모델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