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전 보도자료용 메일함에서 흥미로운 사진을 발견했다. 마이크 아카몬 GM대우 사장이 추영호 신임 노조위원장과 함께 경기도 부평 공장을 돌며 작업 현장을 점검하는 사진이었다. 임금 교섭 테이블에서 굳은 얼굴로 마주 앉은 노사대표의 사진에 익숙해 있던 기자에겐 신선한 충격이었다.

쌍용자동차도 지난 1일 비슷한 사진을 보내왔다. 노사 대표가 새해 첫날 눈 덮인 경기도 평택 부락산 정상에 올라 화합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노사대표의 입가에 엷게 퍼진 미소는 지난해 불법점거사태가 남긴 상처가 아물고 있음을 느끼게 했다.

어떻게 보면 두 사진 모두 의례적인 것일 수 있다. 그렇지만 주체가 강성노조의 대명사인 자동차 노조다. 보기에 따라선 중요한 '사건'일 수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GM대우 노조는 서슬 퍼런 5공화국 시절에도 대정부 시위를 벌였던 곳"이라며 "신임 노조위원장이 회사 대표와 나란히 있는 모습이 언론 보도용으로 배포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다. 대표적 강성 노조인 현대자동차 노조는 작년 말 15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마무리짓는 '신기록'을 세웠다. 최장기간 파업(2009년)이란 오명을 남긴 채 여전히 임금협상을 진행 중인 기아차만 빼면 국내 자동차 노사관계에도 화합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노사화합 바람은 글로벌 메이커들에 비해 한참이나 늦었다. 도요타는 1955년 이후 55년 동안 무(無)파업 전통을 지속하고 있다. 폭스바겐,BMW 등 유럽 자동차회사들도 1970년대부터 노사협력 코드가 정착돼 왔다. 국내업체는 이제 갓 걸음마를 뗐을 뿐이다.

다행인 것은 '지각 화합'이 오히려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최근 만난 일본계 수입자동차 업체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본사에서 현대차의 성공 비결을 물으러 오곤 합니다. 저는 딱 한마디만 해줍니다. 당신들은 1년을 꼬박 일해 1년치를 벌지만 현대차는 (파업하느라) 11개월만 일하고도 1년치를 버는 회사다. 그런데 이제 파업 안 한다고 한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말입니다. " 모처럼 불고 있는 노사화합 훈풍이 글로벌 경쟁파고를 헤쳐 나가고 있는 국내 자동차업계에 큰 힘이 되기를 기대한다.

박동휘 산업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