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과 열정을 바친 일관 제철소를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습니다. "

5일 충청남도 당진 현대제철 일관제철소 고로(高爐)공장.고로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 행사 전 기념사를 읽는 정몽구 현대 · 기아자동차 회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2006년 기공식 이후 매주 두세 차례 공사현장을 방문하는 열정 끝에 3년이라는 단기간에 바다와 염전을 매립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했다는 자부심이 강하게 묻어났다. 정 회장은 "전 임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일관제철소 건설에 매진한 결과 3년여 만에 제1고로 화입식을 거행하게 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 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이 없는 친 환경제철소로도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관제철소의 꿈을 이루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가(家)의 숙원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부터 최종 철강제품을 만드는 공정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제철소다. 고로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핵심 설비다. 포스코 외에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지금까지 고로 없이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동차를 만들 때 쓰는 품질 좋은 열연강판(핫코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 현대차에 자동차 강판을 제공하는 현대하이스코는 모자라는 열연강판을 주로 수입했다.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현대 · 기아차 그룹은 품질 좋은 자동차 강판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늘 "자동차의 품질은 강판이 결정한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일관제철소 건설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제철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자동차용 강판을 품질 및 가격에서 경쟁력 있게 공급하느냐"라며 "(정 회장이) 소재가 돼야 자동차가 발전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현대 · 기아차에 자동차용 강판을 일부 공급하고 점차 그 비중을 늘려갈 예정이다.

당진 일관제철소의 가장 큰 특징은 먼지가 날리지 않는 친환경 제철소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모든 제철소는 맨땅에 원료를 쌓아놓는 방식을 택했다. 실내에 원료를 보관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추가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은 철광석,유연탄 등 원료를 실내인 '밀폐형 저장고'에 보관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방식은 원료의 감소와 변질 및 환경오염을 상당부분 막을 수 있다. 환경 투자비만 5300억원(9.1%)에 달했지만 "오염물질 배출을 최소화하는 친환경 제철소를 건설할 것"이라는 정 회장의 강한 의지에 따라 과감한 투자가 이뤄졌다.

◆5조8400억원 대규모 투자…건설 경제효과만 13조원

현대제철은 제철소 건설을 위해 5조840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측은 이번 제철소 건설로 고용유발은 물론 자동차 강판의 수입 대체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세대 도시교통과학연구소에 따르면 당진 일관제철소 고용유발 효과는 건설단계에 9만3000명, 운영단계에 7만8000명에 이른다. 생산유발 효과는 건설 단계에 13조원,운영단계에 11조원에 달한다. 올해까지 건설과정에 참여한 연인원만 694만여명이다. 2기 고로(연산 400만t)가 완공돼 연산 800만t의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하면 총 1조7000억원의 중소협력사 매출 창출과 80억달러 상당의 고급 철강재 수입 대체효과도 발생할 전망이다.

당진(충남)=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