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포영화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워낭소리'와 유사한 흥행 패턴을 기록했다. 초저예산으로 제작됐지만 관객들의 입소문에 힘입어 '대박'을 거둔 것이다. 지난해 미국 내 13개 극장에서 개봉된 후 3주차에 160개관으로 확대 상영됐고 5주차에는 미국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제작비는 1만5000달러(약 1700만원)였지만 미국에서만 1억700만달러(약 1240억원)를 벌었다. 제작비의 7000배 이상 수익을 올린 것이다. 흥행 비결은 뭘까.

8살 때부터 가위 눌려온 케이티(케이티 페더스톤)는 남자친구 미카(미카 슬롯)에게 그 고통을 호소한다. 미카는 케이티의 침실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일상을 포착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침실문이 움직이고,벽의 액자가 저절로 깨지는 등 이상한 현상들이 카메라에 잡힌다. 케이티와 미카가 모셔온 퇴마사는 집안의 무서운 기운에 겁 먹고 황급히 도망친다.

이 영화는 천재적인 연출로 시종 관객들에게 실제 사건같은 느낌을 던져준다.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집에서 찍은 듯한 무서운 영상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로써 잘 만든 공포영화가 줄 수 있는 공포의 한계를 초월해 진짜 죽음의 공포를 관객들에게 불러일으킨다. 이는 장르영화의 규칙을 철저히 깨뜨리는 카메라 기법에서 비롯된다. 일반적으로 카메라는 배우의 움직임을 따라간다. 그러나 여기서는 한 대의 카메라가 침실에 고정돼 있고 두 주인공이 그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고 나간다. 여러 장면에서 주인공의 얼굴 모습이 잘린 채 몸통만 포착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마추어들이 집안에서 촬영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공포영화라고 어설프게 귀신을 등장시키지도 않는다. 문이 저절로 닫히고,정체를 알 수 없는 발자국이 남겨지고,유령에 빙의(憑依)된 듯한 여인의 모습이 포착된다. 이는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목도할 수 있는 상황들이다.

무시무시한 음악은 없으며 배우들의 거친 비명도 거의 들리지 않는다. 미카와 케이티란 주인공은 극중 실명으로 등장한다. 이 같은 설정은 극영화가 아니라 다큐드라마를 연상시킨다. 이 때문에 막판 끔찍한 결말에 이르면 공포감이 증폭된다. 12세 이상.14일 개봉.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