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노사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면을 맞게 될 전망이다. 13년간 끌어 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노사관계의 새 지평을 열게 됐다. 복수노조를 허용하고,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금지한다는 안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선진화된 노사 문화를 만들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기업별 이해득실이 다른 데다 개정안이 정치권을 거치면서 기형적인 모습으로 변해 노사 갈등을 야기할 소지를 남겼고,새해 노사관계도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국의 노사 문화는 조금씩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단 한 차례의 파업 없이 임금 교섭에 성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려 15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현대차의 변화는 국가 전체로 봐도 호재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할 수 있는 중대한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 파업을 일삼는 민노총에 반기를 들고,기업들이 잇따라 민노총에서 탈퇴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쌍용자동차의 선례 또한 전투적 노조의 폐해를 여실히 보여줬다.

지난달 31일 노조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을 눈앞에 두게 된 점도 이 같은 흐름에서 보면 분명 호재다. 원론적으로라도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명시한 점은 지금까지의 노사관계를 뿌리부터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하지만 정치권이 지나치게 노동계를 의식한 데다 정부 역시 그동안 줄기차게 주장하던 원칙론을 지켜내지 못해 단위 사업장별로 법안 시행에 따른 진통이 예상된다.

가장 골치 아픈 문제는 타임오프(근로시간 면제)를 어느 선까지 인정할 것이냐다. 노사가 특정 업무를 놓고 타임오프 사유인지,아닌지를 놓고 다툴 가능성이 크다. 복수노조 유예기간이 재계가 요구한 것보다 짧아지고,교섭 대표를 정하는 방식이 모호한 것도 향후 새로운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