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무역흑자를 달성한 뒤에는 자산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수출 대금이 국내 기업으로 흘러들어가 설비투자와 영업 등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달러가 원화로 바뀌어 유입되는 만큼 시중 유동성도 풍부한 데다,원화가치 강세를 노린 투기성 국제자본마저 몰려오기 때문입니다.

3저(低) 호황에 힘입은 무역흑자를 바탕으로 1980년대 말 주가와 집값이 폭등했고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대규모 무역흑자를 기록하면서 또 한 차례 주가와 집값이 폭등했습니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410억달러라는 기록적인 무역흑자를 냈습니다. 일본마저 제친 엄청난 실적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상품 경쟁력이 높아진 데다 원화의 고(高)환율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막대한 무역흑자는 올해 주가와 부동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우선 무역흑자의 효과가 지난해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50% 가까이 올랐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도 집값이 꽤 올랐습니다. 무역흑자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환율이 많이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와 같은 주가 급등세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금리 인상 가능성도 고려해야 합니다. 금리가 오르면 자산시장에 잠겨 있는 돈이 일부 빠져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변수는 임금 인상입니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경제위기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반납,동결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막대한 무역흑자와 경제성장의 과실을 나눠 먹자는 주장이 강해질 전망입니다. 지난해 기업 수익이 예상했던 것보다 늘어난 데에는 환율 효과 외에 임금비용 하락도 영향을 줬습니다. 반대로 올해는 노조의 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수익성이 지난해에 비해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이 밖에 세계 경제의 더블 딥(경기 일시 회복 후 침체) 가능성,출구 전략 시행 시기 등 여러 변수들이 어떻게 작용할지에 따라 자산가격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무역흑자는 국내 경제의 유동성을 풍족하게 하고 경제주체들의 씀씀이를 넉넉하게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자산가격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