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요타자동차가 차량의 공인연비를 하향 조정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세계 1위 업체'의 명성에 금이 가는 것은 물론, 문제의 차량은 '동급 최고 수준의 연비'를 내세웠던 터라 소비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도요타자동차는 지난 10월 20일부터 판매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라브4(RAV4)'의 공인연비를 하향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2륜구동(2WD) 모델은 12.3km/ℓ에서 11.7km/ℓ로, 4륜구동(4WD) 모델은 11.3km/ℓ에서 10.8km/ℓ로 변경한다. 지금껏 국내 출시된 차량이 공인연비를 하향 조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차량 연비를 초기 측정할 당시 시험기관에 제출한 조건 설정수치에서 뒤늦게 오류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내 출시되는 모든 차량은 시판 이전에 공인시험기관의 모의주행 등을 통한 연비측정 결과를 에너지관리공단에 신고하게 돼있다.
에너지관리공단 녹색에너지협력실 측은 이와 관련, "도요타 측에서 연비측정에 필요한 제원수치를 제공할 때 오류가 있었다"면서 "국내 출시된 차량의 공인연비가 하향 조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공단에서도 조만간 관련 자료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도요타는 라브4를 출시하며 '동급(2500cc) SUV 중 최고 수준의 연비'를 강조해왔으나 이번 연비 조정으로 인해 2WD 모델의 경우 경쟁모델인 닛산 '로그 2WD(11.8km/ℓ)'보다 낮은 연비효율을 보이게 돼 기존 구매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한국도요타에 따르면 라브4는 지난 29일까지 국내에서 총 339대가 팔렸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현재의 방안 외에 추가적인 대응책은 갖고 있지 않다"면서 "우선 소비자들의 반응과 향후 상황을 면밀히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도요타는 라브4 차량 소유주를 방문해 연비를 나타내는 스티커를 교체해주고 보상 차원에서 10만원 상당의 주유권을 제공할 계획이다. 자세한 사항은 도요타 고객 상담실(080-525-8255)로 문의하면 된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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