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현 보고펀드 대표)이 뇌물 혐의뿐 아니라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사건'에서도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관료사회에 생긴 '변양호 신드롬'은 씻을 수 없는 사회적 상처로 남을 전망이다.

변양호 신드롬이란 '나중에 문제가 될 만한 일에 대해서는 어떤 결정도 하지 말고 가능하면 아예 개입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는 일종의 보신주의로 변 전 국장이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관료사회에 유행한 신조어다. 정부 당국자의 정책적 결정이 사법심판의 대상이 되고,그것으로도 모자라 개인에 대한 보복성 수사까지 가해지는 것을 목격한 관료들의 집단 행동양식이다.

변양호 신드롬이 치유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재판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과정에서 당사자가 철저히 파괴된다는 점 때문에 나온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3년6개월이란 긴 세월 동안 변 전 국장이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통과 물질적 손해는 누구도 보상해주지 않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에서 주시해야 할 15인' 중 한 명이었던 그가 어느 날 갑자기 매국노로 취급받더니 급기야 뇌물죄를 범한 파렴치범이란 멍에를 쓰고 구속됐다. 보석 석방 후 다시 법정구속돼 무려 300일이나 구치소에 갇혀있어야 했다. 한국에도 멋들어진 사모펀드를 만들어보겠다고 했던 원대한 꿈도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했고,수십년 관료생활을 버티게 했던 명예도 땅에 떨어졌다. 구치소 수감기간 중 철저한 기독교인이 된 이유에 대해 그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실제로 내게 일어나는 걸 경험하니까 그동안 믿어온 것과 믿지 않았던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그를 잡아들이기 위해 마녀사냥에 나섰던 사람들은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선동에 나섰던 투기자본감시센터 같은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감사원과 검찰조차도 한마디 사과의 말을 하지 않고 있다.

변 전 국장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변양호 신드롬'과 여론에 야합한 무리한 감사 · 수사관행 등 사회적 병리현상들이 언제쯤 고쳐질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