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용서,행복,화합,소통….종교계 지도자들이 경인(庚寅)년 새해를 앞두고 이 같은 키워드를 담은 신년사를 일제히 발표했다. 자기중심적 이기주의와 이로 인해 만연한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려면 서로 나누고 소통하며 화합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불교계 최대 종단인 조계종 종정 법전 스님은 신년 법어를 통해 "모든 번뇌를 깨달음으로 다듬어 내고 우리들의 욕망을 나눔의 선행으로 바꾸자"고 역설했다. 법전 종정은 "원(願)은 나와 이웃에게 덕을 입히는 이타적 소망이요 나눔은 내일의 복전(福田)을 일구는 자기 헌신"이라며 용서와 인욕(忍辱 · 욕된 것을 참음),사랑과 참회의 자세를 강조했다.

또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새해 인사에서 "많은 이들의 그릇된 욕심이 화를 부르고 불행을 부른다"며 '마음이 가난한 사람은 행복하다'는 예수의 가르침대로 살 것을 주문했다. 정 추기경은 "가난한 삶이란 겸손한 자세로 그릇된 욕심과 애착을 갖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마음을 비운 삶"이라며 "새해에는 진실한 마음,선한 마음,아름다운 마음,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마음을 갖도록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권오성 총무는 "'정의로운 평화와 풍성한 생명'을 최고의 가치관으로 삼아 사회 · 정치 · 경제 ·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엄신형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우리는 시간의 흐름에 지배받기보다 창조적인 반성과 다가올 시간에 대한 계획을 통해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수 있는 특별한 축복을 허락받았다"며 각자의 사명과 책임을 다하기를 기원했다.

태고종 혜초 종정은 "우리는 날 때부터 위대한 능력을 가진 존재이며 그것을 베풀고 나누면 저절로 행복해진다"고 했고,대한불교천태종 도용 종정은 "무심의 눈을 뜨면 어떤 아름다움도 볼 수 있고,마음을 열면 모든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설파했다. 또 도흔 진각종 총인은 "내 허물을 낮과 같이 밝게 보고 남의 허물은 내 허물의 그림자임을 알자"며 상생화합의 덕행으로 사회가 통합되고 남북 간 이해가 증진되기를 희망했다.

또 최근덕 성균관장은 '사람이 멀리 생각하지 않으면 반드시 가까이에 근심이 있다(人無遠慮 必有近憂)'는 《논어》 '위령공편'의 말씀을 인용하며 "천년의 꿈으로 오늘을 살자"고 말했다.

원불교 경산 종법사는 "때때로 텅 빈 본래 마음을 비춰보고,어디서 무슨 일을 하든 주인이 되며,어떤 일을 하든 은혜를 생산하는 성자의 심법(心法)으로 거듭나자"고 밝혔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