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 · 기아차그룹 회장이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현대제철의 충남 당진 일관제철소를 직접 방문해 "세계 최고급 철강제품을 생산하자"며 마지막 독려에 나섰다. 당진 일관제철소는 다음 달 5일 1호기 고로(高爐)에 불을 붙이는 화입식을 갖는다.

정 회장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는 현대 · 기아차그룹의 성장을 이끌 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 품질의 철강제품을 생산해 한국의 자동차,조선,기계,가전 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만드는 중대 사업"이라며 "한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갖고 일관제철소 막바지 건설 작업에 매진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그동안 매주 2~3차례 당진 일관제철소를 방문해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진행 상황을 챙길 정도로 열정을 쏟았다.

일관제철소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부터 각종 불순물을 제거한 뒤 최종 철강제품을 만드는 공정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제철소다. 그동안 포스코를 제외한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회사는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 없이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철강제품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이 방식은 자동차 강판의 원재료인 품질 좋은 열연강판(핫코일)을 생산하는 데 한계가 있어 현대차에 자동차 강판을 제공하는 현대하이스코는 모자라는 열연강판을 주로 수입에 의존했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고로가 쌀을 가지고 밥을 짓는 방식이라면 전기로는 식은 밥을 데우는 방식이라 생산한 제품의 품질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일관제철소 건설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자동차 강판용 핫코일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돼 현대 · 기아차그룹의 경쟁력이 한층 강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 · 기아차그룹은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2007년 초부터 현대 · 기아차,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연구진이 현대제철연구소에서 함께 자동차용 강판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일관제철소 건설로 쇳물에서 자동차까지 모두 생산하게 돼 글로벌 종합 자동차 그룹으로서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을 위해 총 5조8400억원을 투자했다. 내년 4월에 본격적인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1호기 고로는 높이 110m,내용적 5250㎥의 초대형 최신 고로로 연간 400만t의 쇳물을 생산할 수 있다. 같은 규모의 2호기 고로가 2011년 초 완공되면 현대제철은 연간 800만t규모의 쇳물 생산이 가능하다. 당진 일관제철소는 현재 2호기 포함,전체 종합 공정률 91.6%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1호기 고로가 상업 생산에 들어가는 내년 4월 초 국내외 주요 인사들을 초청해 종합 준공식을 열 예정이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