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15년 만에 처음으로 파업이나 쟁의행위 없이 임단협 합의안을 이끌어 냈다.

현대차 노사는 21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21차 본교섭을 갖고 기본급을 동결하되 경영성과 달성 성과급 300%및 200만원,경영실적 증진 격려금 200만원,무분규 타결 관련 일시금 100만원 및 무상주 40주 지급 등을 골자로 하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개정안에 잠정 합의했다. 합의안은 23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현대차 노사가 파업 없이 임단협을 타결한 것은 1994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94년을 제외하곤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을 동결키로 합의한 것도 노조 설립 이후 23년 만에 사실상 처음이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는 노사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잠정 합의안은 노사가 어려운 경제여건과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업계의 환경 변화에 대한 공동인식을 바탕으로 기본급 동결에 사실상 처음으로 합의했다는 점에서 노사 상생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도실리 노선으로 15년 만에 들어선 현대차 노조의 이경훈 집행부는 전임 집행부 중도사퇴로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졌던 올해 임단협을 단 12차례 교섭 만에 무분규로 마무리해 한 단계 성숙된 노사 문화를 구축하는 토대를 마련했다.

회사는 임단협 역사상 처음으로 기본급 동결에 합의해준 노조에 고용보장과 3자녀 학자금 전액지원,건강진단 때 췌장암 및 난소암 검사 추가 등의 지원을 제공키로 했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는 이르면 24일 오전 중 나올 전망이다. 특별한 이변이 없는한 잠정 합의안 통과는 확실시된다.

현대차 노사의 무분규 임단협 타결은 현재 노사협상이 진행 중인 기아자동차 등 다른 회사의 노사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노조 파업으로 극심한 손실을 입었던 자동차 협력업체와 울산 경제도 모처럼 파업에서 자유로운 한해를 맞이하게 됐다며 노사의 잠정합의안 마련을 환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환경 속에 회사 발전과 종업원의 고용안정을 위해 노사가 합심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며 "앞으로 생산성 향상과 품질향상을 통해 세계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