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0년대 초 세계 최고의 게임기 업체인 일본의 닌텐도는 업계 1위 자리를 소니에 내줬다. 시나브로 장악력을 잃어가던 닌텐도는 급기야 2위 자리까지 마이크로소프트에 내주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마이크로소프트는 "닌텐도를 인수하겠다"며 인수합병 의사를 노골화했다. 1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닌텐도에 최대의 치욕이었다. 문제는 세계 최고라는 자만심이었다. 화려한 기술이 구현된 게임기 큐브는 마니아층에서만 맴돌았다. 소비층 확대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닌텐도를 구원한 것은 다름아닌 이와타 사토루 대표.끊임없이 시도한 직원과의 대화 덕분이다. 이렇게해서 나온 닌텐도 DS와 닌텐도 Wii는 '글로벌 대박'이 났다.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층을 창조하자는 발상의 전환에 성공한 것.지난해 이 회사의 매출은 1억8386억엔으로,2002년(5041억엔)에 비해 4배 가까이 뛰었다.

#2.매킨토시 컴퓨터로 글로벌 기업 반열에 오른 미국의 애플.성공한 벤처기업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이 회사는 1980년대부터 쇠락하기 시작한다.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추가로 내놓지 못한데다,인텔 등 시장을 급속히 파고들어온 경쟁사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7년 무려 10억5000만달러의 적자를 낸 애플은 파산 직전에까지 몰리는 신세가 됐다. 당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은 스티브 잡스였다. 그는 조직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일하는 방식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연구개발(R&D)비를 종전보다 무려 42% 늘렸다. 그 결과로 출시된 반투명 아이맥(iMac)은 공전의 히트를 쳤다. "Think different!""달라진 생각을 제품으로 실현하라"며 직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한 지 꼭 1년 만의 성과였다.
기업의 힘은 직원역량의 총합이다.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주인의식과 도전정신,창의력 등 인적자산(Human resource)이 결국 한 기업의 경쟁력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의 생과 사를 좌우하는 마지막 보루는 그 정점에 있는 CEO(최고경영자)이다. 피터 드러커는 "종업원이 아무리 많아도 결국 기업의 실적과 운명은 CEO가 좌우한다"고 말했다. CEO의 중요성을 한마디로 보여주는 사례다. 그렇다면 최고경영자의 조건은 무엇일까.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미래 CEO의 조건은 5가지로 요약된다. 부단한 성장전략 시행이 첫 번째 조건.이를 위해 조직에 창조적 영감을 불어넣고,사회와 소통을 원활히 해야 한다. 또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후계자와 인재를 확보하는 끊임없는 노력이 바로 미래 리더십의 핵심요건이라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기본과 정석으로 돌아가라'는 얘기다.

최근에는 이 같은 조건 외에도 '위기돌파능력'이 제6의 스펙(Spec)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전 세계 경제에 충격파를 던진 금융위기처럼 언제 어떤 형태로 불어닥칠지 모르는 위기가 도처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탄탄한 자본력과 기술력,일사불란한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해도,돌발변수에 대처할 위기관리 시스템과 위기돌파력을 갖춘 CEO를 확보하지 못하면 곧바로 해당 기업이 곤두박질칠 위험성이 크다는 점이다.

한창수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경제통합이 실현되면서 경제 산업 정치 등 각 분야의 불확실성이 커져있는 상황인 만큼 미래를 내다보는 예지력과 다양한 위기상황에 대비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갖추는 것이 미래 경영자에겐 필수 덕목"이라고 지적했다.

올해 한국경제신문이 '2009년 CEO경영대상'을 처음 제정,시상한 것도 이런 맥락과 맞닿아 있다. 위기돌파력은 물론 지속성장이 가능한 혁신력과 미래분석력을 두루 갖춘 리더를 발굴,시상함으로써 이와타 사토루나 스티브잡스 처럼 세계적인 슈퍼CEO를 육성하자는 게 이 상의 제정 배경이다.

올해 처음 CEO경영대상을 수상한 김철호 본아이에프 대표 등 15명의 CEO들은 이 같은 슈퍼리더 후보로서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고객만족경영 글로벌경영 리더십경영 등 총 14개 분야로 나뉘어진 이번 CEO경영대상은 우리나라 산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리더십의 미래와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다.

심사위원장인 강병서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는 "CEO의 가장 큰 미덕은 직원들을 측정하기보다 직원들에게 성취할 동기를 부여하는 데 있다"며 "우리나라에서 앞으로 세계시장을 리드할 슈퍼CEO가 얼마나 나올 수 있느냐도 결국 여기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