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국내 기업들의 '뚝심'이 빛을 발한 한 해였다.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유례없는 불황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올 한 해 국내 기업들은 '하면 된다'는 승부 근성으로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예상을 뒤엎는 실적을 거뒀다. 해외 언론과 기업은 한국 기업의 저력에 놀라움을 나타내면서도 견제와 경계의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킨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거나,신성장동력 등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도전정신으로 무장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한 기업들이 좋은 결과를 거뒀다. 주요 대기업의 올해 성과는 단순히 실적 개선에만 그치지 않는다. 불황 이후 찾아올 기회에 대비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 경쟁은 개별 기업은 물론 한국 경제가 또 한번 도약할 수 있는 발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동차 휴대폰 등 세계시장 선도
올 한 해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서 거둔 실적은 눈부셨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수출 극대화로 극복하려던 기업의 전략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수출 다변화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무기로 세계 시장에 '메이드 인 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현대자동차는 올해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4%를 돌파했다. 2001년 2.0%였던 시장점유율은 지난 11월 4.3%로 껑충 뛰었다. 기아차도 11월까지 3.0%를 달성했다. 현지 특화형 상품으로 공략,중국에서도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지난 10월까지 중국 시장에서 46만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89.3%라는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도 올 한 해 승승장구했다. 올 상반기 전 세계 휴대폰 시장 규모는 경기침체 영향으로 작년보다 8%가량 줄었지만 LG 휴대폰 판매량은 지난해 5220만대에서 5240만대로 오히려 늘어났다. 시장점유율도 연초 목표치인 10%를 넘어선 10.9%를 달성했다.
두산그룹은 올해 중국 굴삭기 시장에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두산인프라코어 중국 자회사인 두산공정기계(DICC)는 올해 1만4000대 이상의 굴착기를 판매했다. 작년보다 16% 늘어난 규모다.
◆한발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을 누비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은 '기술 경쟁력'이다. 대규모 R&D 투자를 통해 축적한 기술 노하우가 제품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고가의 발광다이오드(LED) TV를 전 세계에 동시 출시하며 공격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LED TV 조기출시를 예상치 못했던 경쟁사들은 삼성의 TV판매를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1위인 D램 사업 부문에서는 지난 7월 업계 최초로 4기가 DDR3 D램 개발에 성공했다. 7월에는 40나노 D램을 가장 먼저 양산해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효성은 올해 고강도 섬유인 아라미드 개발에 성공했다. 아라미드는 강철보다 5배나 강도가 높고 섭씨 500도에도 연소되지 않는 내열성을 지니고 있다. 현존하는 섬유 중에서 가장 강한 소재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철강 소재를 대체하고 있다.
◆신성장동력 발굴로 미래 대비
올해 주요 기업들의 공통적인 경영 행보는 미래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잠재성장력 확충이었다.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 사업과 첨단 기술 확보에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GS는 지난 7월 자원 개발 등 해외 네트워크가 풍부한 ㈜쌍용을 인수한 뒤 사명을 GS글로벌로 변경,에너지 유통 건설로 국한됐던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
SK는 각 계열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 및 정보통신 기술을 결집시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U-시티(유비쿼터스 도시) 사업을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키울 예정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