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와이브로(모바일 와이맥스)의 육성전략 및 정책 방향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차세대 이동통신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가 와이브로를 밀고 있는 것에 맞서 국회 입법조사처가 와이브로 전략의 전면 수정을 주문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 정책 전면 재검토하라

국회 입법조사처는 15일 '와이브로 사업의 현황과 발전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와이브로 정책 방향을 완전히 뜯어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사업자 유치로 경쟁을 활성화하고 전국망 구축으로 기존 이동통신서비스와 경쟁하는 서비스로 육성하려는 정부 정책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와이브로를 상용 서비스한 지 4년이 지났지만 가입자는 25만명에 그치는 등 활성화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중소 장비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대만 유럽 등지에 와이브로 장비를 수출하고 있으나 국내 시장에 치중하는 중소 장비업체들은 KT SK텔레콤 등 와이브로 사업자들이 투자를 미루는 바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스데이타는 지난 7월 와이브로 사업에서 철수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와이브로를 전국 단위의 서비스로 활성화하기보다는 제한된 지역과 영역의 서비스로 효용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대안을 제시했다. 와이브로를 통한 세계 통신시장 선점을 목표로 삼지 말고 소규모 시장에서 성공모델을 찾는 틈새전략을 펴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발끈하고 나섰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국 망을 구축하지 않으면 서비스가 어려운 것이 통신 서비스의 속성"이라며 "일정한 가입자를 확보할 때까지 투자가 불가피한데도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탓에 와이브로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4세대 표준경쟁서도 왕따

보고서는 와이브로가 4세대(G) 이동통신 표준기술 경쟁에서도 유럽 진영의 롱텀에볼루션(LTE)에 밀려날 것으로 우려했다. 와이브로의 글로벌 확산이 늦어지고 있지만 LTE는 본격적인 상용화가 되지 않았음에도 우호세력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서다. 에릭슨을 비롯해 노텔네트웍스,노키아-지멘스,알카텔-루슨트 등 메이저 통신장비업체들은 LTE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상용화 속도는 와이브로가 빨랐지만 기술 패권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와이브로를 중심으로 한 이동통신 표준전략은 위험성이 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최근 4세대 표준기술 전략으로 와이브로와 LTE를 병행하기로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방통위의 시각은 다르다. 4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와이브로 시장점유율이 30%만 유지돼도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한국에는 충분한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유럽 기업들이 독식하고 있는 LTE에 비해 와이브로가 한국 기업에는 훨씬 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