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는 '험프티 덤프티'라는 달걀 캐릭터가 등장한다. 높은 담벼락 위에 아슬아슬하게 앉아 있는 '험프티 덤프티'는 자만심과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구제불능의 캐릭터다. 하지만 바람이라도 불어와 균형을 잃는다면 달걀은 깨진다.

경제도 마찬가지다. 지나친 낙관도 비관도,맹신도 불신도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또한 계란처럼 한 번 추락하면 되돌리기 어렵고 피해도 막심하다.

《위험한 경제학》(선대인 지음,더난출판)은 "나라경제는 좋다는데 당신의 경제는 좋은가"라며 한국 경제의 지나친 낙관론을 경제한다. 한국 경제가 주가,성장률,경상수지 흑자 등 여러 면에서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그는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위기 구조가 전혀 해소되지 않았으며 그 구조의 핵심에 부동산 버블이 놓여있다고 설명한다. 830조원에 이른 가계 부채 가운데 315조원을 넘는 부동산 담보대출,부동산 버블 붕괴를 막기 위한 정부의 막대한 재정 투입으로 물밑의 버블 붕괴 압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부동산 공급과잉과 수도권 실수요 기반 약화,금리상승 가능성 등도 불안한 요인이다.

저자는 일시적 집값 반등은 버블붕괴 과정의 마지막 '폭탄 돌리기'일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경제의 파탄을 피하면서 부동산 거품을 빼고 우리 모두가 집단 바보 상태에서 벗어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 애커로프 등은 《야성적 충동》(김태훈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에서 "현재의 금융위기는 심리적 요소가 개인과 국가의 부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다는 고통스런 진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집값이 영원히 오를 것이라는 맹목적인 믿음부터 자본시장의 자신감 붕괴까지 '야성적 충동'이 전 세계의 금융 시스템을 좌우하고 있다는 것.

'야성적 충동'이란 존 케인스가 인간의 비경제적 본성을 가리키는 개념으로 처음 언급한 것.저자들은 최근 6년간의 세계경제 흐름에 '야성적 충동'을 대입시켜 그 실체와 중요성을 명쾌하게 복원해낸다. 또 야성적 충동의 5가지 요소인 자신감,공정성,부패와 악의,화폐착각,이야기 등이 경제생활에 미치는 영향과 레이거노믹스,대처리즘,합리적 기대이론의 허점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는 '깨진 험프티 덤프티'가 됐다"며 "'야성적 충동'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속성을 최우선 요인으로 파악한 후 정부가 새로운 시스템으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