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거래에 세금을 부과해 투기를 억제하고 세수를 늘리려는 일명 '토빈세' 도입 논의에 탄력이 붙고 있다. 유럽연합(EU) 정상들은 국제통화기금(IMF)에 토빈세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정식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프랑스와 영국 등 토빈세 도입에 적극적인 국가들은 이렇게 거둬들인 세금을 개발도상국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데 사용토록 하자는 구체적인 '세출'방안까지 내놓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반대하고 IMF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실제 도입이 실현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럽중심 '토빈세' 논의 확산

토빈세는 198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제임스 토빈이 1970년대 초 외환 투기를 막고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도입을 주장한 개념이다. 토빈세는 일부 국가에서만 실시할 경우 국제자본이 토빈세가 없는 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아 그동안 활성화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금융사들의 과도한 투기적 거래가 금융시스템을 위기에 빠뜨렸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글로벌 금융거래에 부과하는 세금이란 좀 더 넓은 의미로 '토빈세'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8월 말 아데어 터너 영국 금융감독청(FSA) 청장이 금융산업의 지나친 팽창을 막기 위해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또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토빈세 도입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이어 지난 10월엔 프랑스와 영국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일본 등 유럽 중심의 12개국 각료들이 모임을 갖고 토빈세 도입 방안을 연구하기 위해 경제학자들로 구성된 전문가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이 모임에서 프랑스는 모든 금융거래에 0.005%의 세금을 부과해 매년 200억~300억유로의 개발원조 자금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브라질은 급격한 투기자본 유입으로 헤알화가 급등세를 보이자 10월 말 독자적으로 외화자금의 자국 내 주식과 채권투자에 대해 2% 금융거래세를 도입했다.

토빈세로 거둔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는 의견이 분분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번 EU정상회의에서 금융거래세를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데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이 나온 후 영국의 관료들은 금융거래세로 마련된 재원은 미래의 금융위기로부터 납세자들을 보호하는 데 쓰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미국은 반대…IMF 반응 주목

토빈세 도입에 대해 미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미국은 매일매일의 금융활동에 세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도 최근 "토빈세는 구식 아이디어로 오늘날에는 도입이 불가능하다"고 회의론을 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