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산에서 살던 P대표는 지난달 서울 반포동으로 이사왔다. 집을 옮긴 이유 중의 하나가 한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로 사무실까지 출퇴근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비록 일주일에 1~2회에 그치는 풋내기 '자출족'이지만 바람을 가르며 질주하는 자전거의 묘미를 만끽하고 있다.

K공기업을 다니는 K 차장은 지난 9월 자전거로 출근을 하다가 아찔한 사고를 당했다. 한강변 자전거도로에서 공사 중인 레미콘 차량을 피하려다 넘어져 적지 않은 부상을 입었다.

자전거열풍이 거세다. 잠수교를 건너다보면 평일에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자전거는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고 교통체증을 해소하며 건강도 다진다는 일석삼조의 효과에 따라 갈수록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시나 자치구별로 앞다퉈 공공 자전거 무인대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물론 자전거도로와 자전거 주차장을 잇따라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자출족일수록 자전거 도로에 대한 관심은 크다. 문제는 끊긴 곳이 많은 데다 주행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이다. 안전성과 편리성을 높이는 개선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사실 자출족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도난의 염려를 줄여주고 싼 값에 몸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다. 자전거보관대와 샤워시설이 있는 직장에 다니는 회사원이 드물다보니 비싸고 무거운 특수합금 자물쇠를 자전거에 매달고 다녀야 하며 직장 근처 헬스클럽에 등록해야 하는 실정이다. 해법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자전거보관대와 공공샤워시설의 확충이다. 서울의 경우 여의나루역 인근 공공샤워장 외에는 별다른 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하드웨어 보강과 함께 소프트웨어의 개선도 시급하다. 서울에서 일부 구청이 운영하는 공공자전거를 무료로 빌린 뒤 반납하려면 당초 대여 장소로 가야 한다. 자치구 간에도 호환성이 없는 상황에서 공공자전거를 이용한 전국 일주는 꿈도 못 꾼다.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공공자전거를 대여 · 반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공공자전거 표준모델과 전국통합 운영 프로그램을 개발할 필요성이 절실하다.

한발 나아가 지능화된 한국형 공공자전거체제를 구축,자전거 산업의 부흥으로 연결시켰으면 한다. 이를 위해 IT기술의 활용이 요구된다. 자전거 거치대에 단순 대여나 반납을 확인할 수 있는 RF카드 인식기능 장치를 붙이면 분실위험을 줄이면서 자전거 이용자의 위치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자전거 도로형 전용내비게이션을 개발해 음성서비스는 물론 자전거수리소,명승지,관공소,맛집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핸들그립과 조향장치,브레이크 등에 센서를 붙여 안전성을 높이는 작업도 뒤따라야 한다.

이처럼 IT와의 접목,안전성 강화,흥미요소 배가 등이 이뤄진다면 자전거에 대한 수요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 그렇지만 시중에서 팔리는 자전거의 대부분은 외국 제품이다. 그만큼 국내 자전거산업은 취약하다. 공공기관에서 자전거를 구입할 때 우리나라에서 생산한 부품이 일정 정도 들어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장하면 어떨까. 국산화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여간다면 관련 산업의 기반이 강화될수 있다. 이 같은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반도체 조선 휴대폰 등에 이어 우리나라가 자전거강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최승욱 과학벤처중기부장 swchoi@hankyung.com